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아랍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유색 인종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이들의 표심이 이탈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아랍계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17.4%만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는 2020년(59%)에 비해 42%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40%,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13.7%, 무소속 코넬 웨스트 후보는 3.8%를 각각 기록했으며 ‘모르겠다’는 응답도 25.1%나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2020년에 비해 5%포인트가, 제3 후보(케네디·웨스트)에 대한 지지는 2020년에 비해 13%포인트가 각각 늘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서 이탈한 아랍계 표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제3 후보’로 더 옮겨 간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외교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현재 폭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 평가에는 전체 응답자의 67%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응답자도 68%에 달했다.
AAI는 내년 대선의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인 미시간주, 오하이오주, 펜실베니아주 등에 아랍계 미국인 인구가 많다면서 이번 사태가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재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슬림과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은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일시적 교전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부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도심으로 진격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금은 일반적 의미의 휴전을 할 때가 아니”라면서도 “인도적 일시 교전 중단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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