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이끈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약 500년 전 숨어서 그림을 그렸던 공간으로 추정되는 ‘비밀의 방’이 1975년 발견된 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는 피렌체의 메디치 소성당 지하에 있는 ‘비밀의 방’이 15일(현지 시간)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소규모 방문객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고 1일 보도했다.
길이 10m, 너비 3m, 높이 2.5m의 이 작은 공간은 미켈란젤로가 1530년 메디치 가문을 피렌체에서 쫓아낸 공화정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클레멘스 7세 교황의 노여움을 산 후 숨어 지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1975년에 당시 메디치 소성당의 관장이던 파올로 달 포제토에 의해 발견됐다. 늘어나는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출구를 찾던 도중 옷장 아래 숨겨진 다락문이 발견된 것이다. 문을 열자 석탄이 가득한 방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드러났고 두 겹의 석고벽을 제거하자 수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60∼70개의 섬세한 목탄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 관장인 파올라 드아고스티노는 “(당시 관장이던 포제토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굳게 믿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그림들이 실제로 미켈란젤로가 그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는 이 그림들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봤지만 일부는 당시 이미 50대에 이르렀고 강력한 후원자까지 거느린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그렇게 우중충한 밀실에서 시간을 보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비밀의 방’은 1975년 발견된 후 접근이 엄격하게 제한돼왔다. 학자, 언론인, 대기업 관계자 등만이 예외적으로 출입할 수 있었다. 15일부터 대중 공개를 결정했지만 방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한 번에 4명씩, 매주 100명만 들어갈 수 있으며 공간에 머무는 시간도 최대 15분으로 제한된다. 라스탐파는 “공간이 좁은 데다 조명 노출 시간이 길어질 경우 작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려가는 계단이 좁고 가팔라 장애인이나 10세 미만 어린이도 입장할 수 없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내년 3월 30일까지 이곳을 일반에 개방한 뒤 연장 여부와 방문객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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