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금융 완화 정책 수정 이후 예상보다 약한 긴축 수준이 부각되며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뉴욕 월가는 엔저가 심했던 10월 일본 당국의 환율 개입이 없었다는 점도 시장의 매도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상승해 151엔대를 돌파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151.74엔까지 치솟아 엔화 가치가 2022년 10월 21일 이후 최저를 나타냈고 엔·유로 환율 역시 유로당 160엔을 넘어서며 15년 만에 엔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엔화 약세는 BOJ의 금융 완화 정책 수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BOJ는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10년물 국채의 이자율) 1% 초과를 용인하기로 했다. 양적 완화 출구를 열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시장은 단기금리 마이너스 유지를 비롯해 정책 변화가 크지 않다는 데 반응했다. 교도통신은 “시장이 BOJ의 금융정책 수정이 미세한 수준이 머물렀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미일 간 금리 격차 확대를 의식해 달러를 매입하고 엔화를 파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공표된 재무성의 ‘10월 외환 균형 조작 실시(개입)’ 상황은 엔화 매도에 기름을 부었다. 재무성은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일본 정부와 BOJ의 외환시장 환율 개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10월의 경우 엔·달러 환율이 잇따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돌파해 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10월 3일과 26일에는 장중 환율이 150엔대를 돌파한 뒤 엔 매수세가 급속히 유입되며 시세가 변동돼 정부에서 엔화를 대량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개입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경계감이 느슨해졌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엔저에 일본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시장 개입을 포함한 대응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스탠바이다. 시장 상황을 긴장감 있게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며 이전의 구두 개입보다 견제의 강도를 높였다. 또 과도한 변동의 원인으로 “투기 세력”을 꼽고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결정과 고용지표 발표 등 엔·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엔화의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BOJ는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한때 0.970%로 2013년 5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자 예정에 없던 4000억 엔 규모의 국채 매입(공개시장 조작)을 발표하며 금융정책 수정 하루 만에 시장에 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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