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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방문한 찰스 3세 "英 식민지배, 변명 여지없다"…공식 사과는 안해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옛 영국 식민지 케냐를 방문해 과거 식민 지배와 독립운동 탄압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시인하면서도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BBC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전날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식민 통치기(1920-1963년)에 케냐인을 상대로 자행된 악행에 대해 "크나큰 슬픔과 유감"을 표명하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뒤이어 현지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선 "이런 악행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내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찰스 3세는 식민 통치기를 "우리의 길고 복잡한 관계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들"이라고 언급하며 "우리의 역사를 정직하고 개방적으로 다루어야 영국과 케냐의 우정이 강화될 수 있다"고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불편한 진실을 다룬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동시에 "식민 지배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잔인하고 끔찍했다"면서 "완전한 배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BBC는 찰스 3세가 식민주의 통치 기간에 케냐에서 자행된 잘못에 대해 의미심장하고도 강력한 표현으로 시인했지만 각료들의 결정이 필요한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영국에서 국왕은 과거 식민 통치 문제와 관련해선 각료들의 조언에 따라 발언해야 하며,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이미 노예 문제에 대한 사과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영국 식민 당국은 1952∼1960년 케냐 '마우 마우단'(케냐 토지와 자유군대)의 독립운동을 강경 진압해 약 15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고문, 강간 등 비인간적인 처우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 인권위에 따르면 영국의 진압 과정에서 약 9만명이 처형되거나 고문을 받고 불구가 됐다.

영국 정부는 2013년에 이같은 탄압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화해 절차'를 통해 5000명이 넘는 케냐인들에게 약 2000만 파운드(약 330억원)를 지불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번 케냐 방문을 앞두고도 일각에선 지난 5월 대관식 이후 처음으로 영연방 국가를 찾는 찰스 3세가 왕실을 대표해 상징적인 사과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러한 관측에도 국왕이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일부 케냐인들은 실망했을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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