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라인 만남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게 된 중년 남성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이른바 '꽃뱀(頂き女子)' 와타나베 마코토(25)가 다수의 남성들에게서 현금 1억엔(약 9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에게 자주 지명을 받은 유명 남성 접대부 다나카 히로시(26)도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아사히TV·CBC·데일리신조·분슌온라인 등 일본 매체는 "사기 혐의로 체포된 와타나베가 남성들을 속이고 편취한 금액 총액이 2억엔(약 18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부분은 유흥비로 사용했고 다나카에게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와타나베는 2021년부터 2년 동안 온라인 만남 앱을 통해 알게 된 50~60대 중년 남성들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지난달 22일 체포됐다.
와타나베는 성관계를 맺지 않고도 중년 남성에게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수법을 담아 ‘꽃뱀 매뉴얼’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판매했다. 2권 세트 가격은 3만엔(약 27만원)으로 알려졌다. 책을 구매한 사람은 2000여명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와타나베는 사기 방조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돈을 뜯어내는 기술을 ‘마법’이라면서 치밀한 설정과 요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는 꽃뱀 사냥감으로 ‘삶에 희망이 없어 보이고 일의 보람도 못 느끼고 매일 일에 지쳐 밤늦게 귀가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바로 쓰러져 자고 집·회사, 집·회사를 반복해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무기력한 중년 남성’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연애 감정을 느끼도록 하면서 "자발적으로 '오빠가 도와줄게'라고 말하도록 하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호스트바를 드나들며 흥청망청 뿌렸다. 와타나베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요코하마 출신 54세 남성에게 5200만엔(약 4억6400만원)을 편취했다. 그는 이 중 4000만엔(약 3억5700만원)을 이틀 만에 다나카가 접대부로 일하는 대형 호스트바에서 탕진하기도 했다. 경찰은 다나카가 와타나베로부터 1억엔(약 8억9300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와타나베의 매뉴얼을 중심으로 또 다른 범죄 혐의 등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와타나베가 푹 빠졌던 호스트 다나카는 일본 명문대를 졸업한 뒤 접대부가 돼 인기를 끈 인물이다. 호스트 활동이 합법인 일본에서 다나카는 3년 만에 연 매출 1억1000만엔(약 10억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1월에는 자신의 유튜브·틱톡 등 SNS에 "집에 있는 현금이 6000만엔(5억4000만원) 정도 된다. 대부분 호스트를 하며 받은 팁"이라며 “종잇조각이다”라고 과시했다.
다나카는 와타나베를 "마더 테레사"라고 표현했다.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변함없이 응원해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와타나베가 다나카와 호스트바에 지불한 돈이 범죄 수익금이고 다나카는 이를 인지했으면서도 받았다는 혐의(범죄수익은닉)로 34세 호스트바 책임자와 함께 지난달 23일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다나카가 근무한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의 대형 호스트바는 해당 분야에서도 압도적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가게의 호스트는 “다나카의 매장은 통상 연 매출이 6억엔(약 53억6300만원)가량이지만 어느 해에는 14억6000만엔(130억5200만원)을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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