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아일랜드는 법인세 인하와 노동 개혁 등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일랜드의 올해 1인당 GDP를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14만 5000달러로 높여 잡았다. 농업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서비스, 연구개발(R&D) 등 첨단 지식 기반 산업 국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아일랜드의 성장 배경에는 1987년 야당의 협조 아래 펼쳐진 공화당 정부의 전면적인 시장 개방 정책이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과거 40% 수준이었던 법인세율을 2003년에 12.5%까지 내렸다. 기업에 대한 세금을 파격적으로 낮추자 구글·아마존·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었고 세수 확대와 고용 창출이라는 선순환을 낳았다. 아울러 고급 인재 양성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제1야당과 최대 노조 대표의 공동 제안으로 시작된 수차례의 사회연대협약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달성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직면해 24%로 겨우 1%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2%)보다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파고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도 강성 노조들은 연례적인 파업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일 아일랜드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아일랜드의 개혁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중대한 개혁의 기로에 서 있다”며 “세금 인하 등 친(親)기업 환경 구축과 노동 개혁에 성공한 아일랜드가 한국의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졌고 잠재성장률은 올해 2% 아래로 추락해 일본식 저성장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도 아일랜드처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신성장 동력을 키워야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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