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이예원(20·KB금융그룹)은 기량 발전의 아이콘이다. 데뷔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꾸준한 경기력으로 신인상을 타기는 했지만 2년 차에 이 정도로 투어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우승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던 이예원은 4월 국내 개막전에서 곧바로 데뷔 첫 승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더니 8월과 지난달에 승수를 보탰다. 준우승도 세 번인 그는 상금(약 13억 2600만 원)과 대상(MVP), 평균 타수, 다승 부문까지 1위를 달리며 타이틀 싹쓸이에 다가서 있다.
시즌 종료까지 갈 것도 없이 이예원은 4관왕을 조기 확정할 기세다. 3일 제주시 엘리시안 제주CC(파72)에서 계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총상금 9억 원) 2라운드에서 이예원은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를 쳤다. 이틀 합계 6언더파 공동 4위다.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성유진과 같은 순위이고 선두와는 1타 차다. 상금 2위 박지영이 무릎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일단 이날 상금왕을 확정했다.
1·3·5번 홀 징검다리 버디 행진으로 출발한 이예원은 9번 홀(파4)에서 6m 가까운 버디 퍼트를 넣고 11번 홀(파4)에서는 148야드 거리에서 핀 3m 안쪽에 붙여 또 버디를 보탰다. 15번(파4)과 17번 홀(파4)에서 각각 짧은 퍼트 실수와 티샷 미스에 보기 2개가 나왔지만 얼마든지 역전 우승을 기대할 위치다.
우승하면 상금 1억 6200만 원을 더해 시즌 상금 14억 8800만 원이 된다. 박민지의 2021년 기록인 15억 2100만 원에 약 3300만 원 차로 다가선다. 다음 주 시즌 최종전에서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충분히 노릴 만하다. 우승이 아니라도 이예원은 이번 대회에서 다관왕을 확정할 수 있다. 대상 포인트 2위인 임진희는 1언더파 공동 21위로 밀려나 있다.
7언더파 공동 선두에는 이소영이 올라가 있다. 이날 5타를 줄였는데 마지막 6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뽐냈다. 지난주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했던 이소영은 통산 7승에 재도전한다. 그는 “지난주 대회에서 2등 한 것도 잘한 것 아니냐”며 “샷이 잘돼서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짝수 해에만 우승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홀수 해 첫 우승이면 더 큰 화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재희와 정윤지도 7언더파다. 3년 차 김재희는 지난해 4월 홀인원 부상으로 1억 2000만 원 상당의 마세라티 기블리GT 하이브리드 차량을 받아 부러움을 샀던 선수다. 그해 우승은 없었지만 웬만한 대회의 우승 상금과 맞먹는 금액의 차량을 받은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행운의 차량은 김재희의 아버지가 타고 있다. 김재희는 이번 대회에서 짜릿한 이글을 앞세워 데뷔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11번 홀(파4)에서 163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갔다. 6타를 줄여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썼다. 정윤지는 시즌 첫 승, 통산 2승 도전이다.
서울경제 클래식 우승으로 910일간의 우승 가뭄을 씻은 박현경은 2타를 줄여 2언더파 공동 19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디펜딩 챔피언 이소미는 4언더파 공동 10위에 자리하며 대회 2연패 희망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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