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에서 가장 유명한 도서관인 ‘하우스오브위즈덤(House of Wisdom·지혜의집)에는 다양한 언어의 종이책 30만 권과 전자책 100만 권이 갖춰져 있다. 아쉬운 점은 그중에 한국어로 된 책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소설이나 인문 도서 가운데 아랍어로 번역된 책도 아예 없고 영어 번역본만 40여부 있었다.
3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현재 번역원이 지원해 아랍어로 번역된 문학·인문·사회 관련 책은 모두 43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이집트가 36종으로 대부분이고 레바논이 3종이다. 두 국가는 중동의 서부 국가들로 K팝 등 한류가 깊게 뿌리내린 곳이다.
반면 이번에 샤르자국제도서전이 열리는 UAE에서 번역된 책은 겨우 4종이다. 아랍어 번역 지원을 늘려나가야 하는 이유다. 번역원 측은 “UAE가 중동출판 시장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번역지원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아랍권에서는 아랍어와 영어의 이중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UAE에서 외국인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이들은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영어 번역본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중동의 본류는 당연히 아랍어다. 샤르자국제도서전 한국관에는 한국어본과 영어 번역본, 아랍어 번역본이 동시에 전시되고 있다. 앞서 샤르자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알 카시미 샤르자 국왕은 “조만간 총 110권의 아랍어 역사 백과사전이 완성된다”며 아랍어와 아랍문화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학번역원은 2일 하우스오브위즈덤을 방문해 한국 도서를 기증했다. 한국관 전시도서 중에 39종, 80권을 추린 것으로 황선미 작가의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등 아랍어 번역본 8권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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