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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안 거부" 이스라엘 고집에…출구 안보이는 중동 화약고

[이·팔전쟁 발발 한달째]

블링컨 요청에도 강경대응 유지

바이든은 "인도적 교전중단 진전"

가자지구 사망자 1만명 육박하자

아랍권 넘어 전세계 문화전쟁 번져

중동지역 불안정 유가 압박도 커져


지난달 7일(이하 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곧 한 달을 맞는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대 사망자가 나온 하마스의 공격에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을 공언했고 그 약속은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전으로 현실이 된 모습이다. 미국의 개입과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전황은 확대 일로다. 전쟁이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타격, 각국의 테러 위험 고조 등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전 세계가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장 충돌이 벌어진 지 한 달을 앞둔 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의 건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EPA연합뉴스




美 전방위 외교에도 꼬이는 전쟁=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이스라엘 도착을 시작으로 개전 이후 두 번째 중동 순방에 돌입했다. 지난달 12~18일 순방 이후 3주 만이다. 당시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이스라엘을 찾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지만 3주 사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한 탓에 이번 순방에서는 인도적 교전 일시 중단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5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과 만나서도 즉각 교전 중단과 가자지구 구호 확대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관계국 간 이견만 확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블링컨 장관은 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교전 일시 중단을 압박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회동 직후 성명을 내 “인질 석방 없는 일시적 휴전안은 거부한다”며 ‘퇴짜’를 놓았다. 다음 날 찾은 요르단 암만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외무장관들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이 ‘전면 휴전’을 요구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4일 취재진과 만나 가자지구의 인도적 교전 중단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그렇다(yes)”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결국 미국의 개입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등의 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이란에 개입 자제를 촉구함으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는 데 그치고 있다.

한 달 새 생지옥 된 가자지구=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는 생지옥이 됐다. 연일 가자지구를 공습하던 이스라엘은 민간인에게 ‘남쪽 대피’를 권고한 후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지상전을 시작한 상태다. 면적 365㎢로 서울의 60% 정도인 가자지구는 인구 240만 명이 이스라엘의 통제하에 살고 있어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려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후 5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977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주장한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는 적어도 4800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이 병원·구급차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전쟁범죄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3일 가자시티 병원 입구에서 부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를 공습하면서 1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이 여파로 남부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한 외국인·이중국적자, 중환자 등의 대피 작업이 중단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대립각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이 폭격을 맞아 500여 명이 숨진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해오던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아랍 국가들의 대(對)이스라엘 적대감은 한층 깊어졌다. 모하마드레자 아슈티아니 이란 국방장관은 5일 미국을 향해 “가자에서 전쟁을 즉각 멈추고 휴전하지 않으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4일(현지 사간) 미국 워싱턴 프리덤플라자에서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공격을 규탄하며 미국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갈등, 아랍 넘어 문화 전쟁으로=중동 갈등은 아랍권을 넘어 전 세계를 친(親)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으로 분열시키는 ‘문화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난민촌 공습이 잇따르자 유럽 주요 국가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프랑스와 독일 전역에서 각각 2만 6000여 명, 1만 9000여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미국에서도 시위대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섰다. 유대인·이슬람 혐오주의 확산에 따른 경계령도 내려졌다. 전쟁 발발 이후 프랑스와 영국에서 확인된 반유대주의 범죄는 각각 819건, 805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이슬람 혐오 범죄 역시 774만 건에 달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전 세계적으로 반(反)유대주의·반이스라엘 선동이 늘어나고 있다”며 자국민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두 개 전쟁 동시에 세계경제 살얼음=중동 분쟁 격화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두 개의 전쟁을 한꺼번에 겪게 된 세계경제는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신(新)중동전쟁 발발에 따른 오일쇼크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는 아니지만 전쟁이 주변 국가로 번질 가능성이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전쟁에 개입하면 세계 석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WB)은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며 이 경우 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대 2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기조가 겨우 진정되는 국면에서 유가 상승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인더미트 길 WB 수석연구원은 “두 개의 에너지 충격(중동·우크라이나 전쟁)을 동시에 겪는 것은 처음”이라며 “세계경제는 가장 취약한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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