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여론조사 및 컨설팅 그룹인 ‘갤럽’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갤럽이 중국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베이징·상하이·선전에 있는 3개 사무소를 모두 폐쇄한다고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갤럽이 최근 고객사에 중국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알리고, 고객에게 일부 프로젝트는 해외로 이전하고 일부는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FT에 전했다.
갤럽은 1993년 중국에 진출한 뒤 베이징과 상하이·선전에 사무소를 열고 수십 명의 직원을 고용해 영업해왔다. 한때 광저우 사무소를 운영했지만 2014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갤럽은 철수와 관련한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철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럽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특성상 중국 당국으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아왔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들과의 데이터 공유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컨설팅 업계를 대상으로 한 정밀 조사나 규제를 강화해왔다. 올 7월부터 한층 엄격한 반(反)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법 적용 대상을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모든 문서·데이터·자료·기사’ 등으로 확대했다. 이후 중국 보안 당국은 최근 베인앤드컴퍼니·민츠·캡비전 등 미국 컨설팅 업체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이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갤럽은 중국에 부정적인 조사 결과로 공개 저격을 당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은 올 3월 ‘중국에 호의를 가진 미국인 비율이 15%로 감소했다’는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미국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조작된 도구”라고 폄하했다.
갤럽이 중국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다른 컨설팅 기업들도 중국 내 직원 수를 줄이거나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등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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