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창당 가능성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산까지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대해 영어로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외면하는 등 당의 탕평 방침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탈당은 서로 좋지 않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 전 대표는 5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내부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신당을 창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며 신당과 관련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다. 비명계와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당 결정 시기를 12월로 미룬 배경에 대해 “친윤계를 포함한 현 지도부가 물러나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4일 부산 경성대에서 이 전 대표가 진행한 토크콘서트 현장까지 찾아가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시종일관 싸늘하게 응대해 양측 간 대화가 불발됐다. 그는 인 위원장(영어 이름 ‘존 올더먼 린턴’)을 향해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말하며 “Mr.린턴”이라고 칭해 조롱 논란을 샀다. 또한 윤 대통령을 겨냥한 듯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고 면박을 줬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의지를 구체화하자 인 위원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신당은 서로 좋지 않다”며 “신당 발표하는 날까지 안으려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진짜 환자’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의사다. 부산에 있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 환자인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의 이런 행보가 창당 결심을 굳힌 것이라기보다는 총선을 겨냥한 ‘협상용 간 보기’일 수 있다는 평가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자신이 당 대표를 재임했던 기간에 당원이 30만 명 늘어나는 등 당내 지분이 있는 만큼 빅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당 시 현재보다 정치적 입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변수로 꼽힌다.
반면 또 다른 비윤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에 대한 탈당설을 일축하며 이 전 대표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탈당 언급은 여당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을 훼손하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난 국민의힘을 30여 년간 지켜온 본류”라며 친윤계를 향해 “곧 정계 빅뱅이 올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통합 행보에 주력한 혁신위는 이달 8일 대구를 찾아 텃밭 다지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혁신위는 대구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9일 청년·여성을 키워드로 한 3호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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