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여기 저기 다 아파요?”, “대상 포진, 관절염, 소화 불량으로 병원 다니느라 바빠요. 너무 우울해요. 좋아질 수 있을까요? “, “나이 들어 잘 안 낫겠죠?”, “저는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왜 맨날 아파요?”
진료실에서 듣는 환자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이다.
환자 개개인의 사연은 다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만성 염증'을 달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염증’이 ‘통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통증은 염증’이라고 보면 된다.
‘염증 물질’이 혈관을 타고 신체 곳곳을 돌아다니다 특정한 곳을 공격하면 통증이 나타난다. 관절을 공격하면 ‘관절염’, 근육을 공격하면 '근육통'이 생기는 식이다. 이처럼 염증 물질은 혈관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돌아다니며 피해(통증)를 주기 때문에 몸 전체가 괴롭다.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받는 약이 있다. 바로 염증 작용을 줄이는 '소염제'다. 일단 염증을 낮춰야 통증도 줄기 때문이다. 환자들 중에는 “꼭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하나요? 그냥 참으면 안되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약은 진통 효과도 있지만, 염증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염증의 역할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몸에 나쁜 바이러스가 침투했거나 상처가 났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어적 반응이다. 통증은 위험을 알리는 경고 신호인 셈이다. 그래서 급성 염증은 염증의 원인을 제거하면 통증도 같이 사라진다.
문제는 ‘만성 염증’이다. 염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뚜렷한 증상 없이 조금씩 상태가 악화되면서 고혈압,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 등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우리 몸은 염증이 생기면 여러 면역 세포를 보내 맞서 싸운다. 그런데 면역 세포들이 만성 염증과 싸우는데 지치게 되면 암세포와 같은 치명적 위험이 발생했을 때 제 역할을 못 하는 무너질 위험이 크다.
또 우리 몸은 염증을 줄이기 위해 해독제를 만드는데, 재료가 모자랄 경우 관절연골까지 끌어다 써 관절을 약하게 만든다. 염증이 있으면 다리, 허리 근육도 약해진다. 염증성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근육 분해를 촉진해 근육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운동을 해도 아프고, 자주 다치고, 운동을 할수록 더 아프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만성염증은 ‘조용한 살인자’라는 악명을 얻었다. 염증이 24시간, 365일 온 몸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게 하면 가랑비에 옷 젖듯 몸이 회복 불능 상태까지 갈 수 있다.
만약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X-ray, MRI에도 큰 이상이 없습니다. 염증만 있습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면, 내 몸을 떠돌고 있는 '염증'에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
'만성염증'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1. 체중이 많이 나가고 항상 단 것이 당기고 자주 배가 고프다.
2. 소화가 잘 안되고 변비가 있다.
3. 자고 일어나도 몸이 부쩍 무겁다.
4. 몸이 쑤시고 아프다.
5.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다.
6. 기력이 없고 피곤함이 늘었다.
관련기사
7. 머리가 아프고 자주 어지럽다.
8. 피부가 건조하다.
9. 감기에 자주 걸린다.
10. 통증이 여러 군데다.
정리하면, 큰 이유 없이 피곤하고, 여기저기 아프다면 '만성염증'을 강하게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고감도 CRP(C-reactive protein)’ 혈액검사로 체내 염증 수치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CRP는 염증이 있을 때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염증이 심할수록 혈중 CRP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일상에서 '염증'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통증도 같이 사라진다.
1.항염, 항산화 작용하는 건강기능식품 챙겨먹기.
오메가-3, 마그네슘, 비타민 B, C 를 꼭 챙겨 먹고, 글루타치온, 폴리페놀도 염증을 줄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체지방 줄이기
몸속에 지방이 많으면 나쁜 염증이 빠르게 늘어난다.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고과당 함유 가공식. 밀가루 음식, 정제된 탄수화물과 트랜스지방산을 줄이자.
3. 충분한 수분 섭취
물은 세포 내 노폐물과 독소를 밖으로 내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몸을 따뜻하게 하기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등 차가운 음식, 에어컨에 노출이 잦기 때문에, 목욕이나 족욕 등을 통해 직접 몸의 온도를 높이거나, 차가운 환경을 피하자. 따뜻한 음료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5. 변비를 예방하기
유산균 섭취와 적당한 유산소 운동은 필수다.
염증을 잘 관리해서 여기저기 아픈 몸을 훨훨 털어버리고 활기와 건강함을 되찾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