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가자지구 주민 수십만 명을 이집트로 이주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한 달 동안 계속되면서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의 약 70%에 해당하는 150만명이 집을 떠나 피란 중인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71만명 이상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운영하는 시설 149곳에 머물고 있다. 또 병원·교회·공공건물에 12만명 이상, UNRWA가 운영하지 않는 학교에는 10만명 이상이 피란 중이라고 유엔은 전했다.
NYT는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외교관 6명을 인용, 가자지구 피란민들을 국경 너머 이집트 시나이 사막 난민촌에 일시적으로 대피시키는 아이디어를 이스라엘 지도자와 외교관들이 여러 나라 정부에 비공개로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와의 전쟁을 구실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강제 추방한 후 국제법과 오슬로협정 등이 금지하고 있는 점령지 통제권을 얻으려는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이를 인도주의적 방안이라고 주장했으나, 영국과 미국 등 제안을 받은 국가 대부분은 대규모 난민 이주가 ‘영구화’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한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는 실행할 수 없다"며 "가자지구 주민이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이주하게 되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도 사라지게 된다"고 난민 이주에 반대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로 이주시키려는 시도가 드러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달 13일 이스라엘 정보부가 가자지구 주민을 시나이 반도로 이주시키는 전시 계획안 초안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 계획안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가상의 상황에 대비한 "예비적 문건"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 3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럽 당국자들과 회의에서 가자지구 난민을 이집트에 수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내놓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70만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쫓겨난 '나크바'(대재앙)를 상기하며 이번 전쟁이 제2의 나크바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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