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홀(파5) 5m 이글 퍼트를 넣은 후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주먹을 불끈 쥘 뿐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에는 “오늘 우승을 했건 그렇지 않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월드와이드테크놀로지(WWT) 챔피언십(총상금 820만 달러)에서 통산 2승째를 달성한 에릭 판루옌(3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다.
판루옌은 6일(한국 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엘카르도날(파72)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어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판루옌은 공동 2위 맷 쿠처(미국)와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우승 상금은 147만 6000달러(약 19억 3000만 원)다.
이날 1타 차 3위로 출발한 판루옌은 전반에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쳤지만 후반 들어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언더파를 몰아쳤다. 특히 16·17번 홀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라선 뒤 18번 홀(파5) 이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1년 8월 배러쿠다 챔피언십 이후 2년 3개월 만의 우승이었지만 기쁨 못지않게 슬픔이 컸다. 우승 인터뷰에서 친구의 투병 사실을 털어놓은 그는 “내 볼에 친구 존 트라사마의 이니셜인 ‘JT’를 새겼다. 샷을 할 때마다 JT가 생각났다”며 “인생에는 골프보다 더 큰 일들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미네소타대 재학 시절 판루옌과 함께 골프부로 활동했던 JT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으로 투병 중이다.
이 대회 유일한 한국인 출전자 이경훈은 이날 버디만 7개를 낚아 공동 54위(13언더파)로 전날보다 13계단을 끌어올리며 대회를 마쳤다. 7개의 가을 시리즈 대회를 치르는 PGA 투어는 이제 버뮤다 챔피언십과 RSM 클래식 2개 대회만 남겼다.
한편 이날 끝난 PGA 챔피언스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는 위창수가 최종 3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쳐 준우승(최종 합계 9언더파 204타)했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16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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