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교사와 공무원은 파업을 할 수 없도록 정한 우리나라 법 체계에 대해 다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우리가 헌법에서 정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지킬 우리만의 방법론을 찾는 ‘숙제’로 볼 수 있다.
6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3일 대한민국의 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 견해를 밝혔다.
위원회 지적 사항에는 노동 3권을 위한 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공무원, 교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결사의 자유와 교사·공무원의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제약을 우려했다.
교사와 공무원에게 파업으로 대표되는 단체행동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요구는 노동계의 숙원이다. 그러나 우리 법 체계는 교원에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해, 공무원에게 공익적 행정 역할을 위해 단체행동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현행 법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처럼 합법적인 노조 조직 결성 및 가입(단결권)만 허용했다. 지난달 4일 일선 교사들이 교권 강화를 위한 집회를 업무 시간이 아니라 연차와 병가를 내고 참여한 이유다. 이후 정례 집회는 휴일에 열리고 있다.
우려는 우리 사회 스스로 국제사회 숙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노동 3권에 대한 온도 차와 속도가 너무 다르다. 최근 입법부와 행정부가 확연한 견해 차이를 보인 대표 사안은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손배소를 제한하고 하청 근로자의 교섭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의석 과반 이상인 더불어민주당은 9일 노동 3권을 위해 노란봉투법 처리를 예고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현 체계에서도 부당한 손배소가 걸러지고 원·하청 체계가 훼손된다며 반대한다.
사법부의 판결을 행정부가 뒤쫓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20년 대법원은 전교조를 합법 노조로 인정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를 판단했던 고용노동부는 당시 판결 이후 합법 노조로 기존 판단을 바꿨다. 학습지 교사의 노조법 상 노동자 인정도 행정부가 아니라 대법원 판결로 이뤄졌다.
행정부(정권)의 정치 색깔에 따라 노동 정책 방향과 속도도 확 바뀌는 점도 숙제의 답을 못 찾게 하는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제노동기구(ILO)의 3개 핵심 협약(29호, 87호, 98호)을 비준했다. ILO 협약 비준을 위해 마련된 일명 ILO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도 2021년 7월부터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노동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했지만, 경영계는 경영과 노조 관계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노정 갈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정 간 국제사회의 기준에 대한 온도와 해석차인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를 항해 유엔 자유권위원회뿐 아니라 ILO에서 정한 노동 규범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한다. 반면 정부를 대표한 법무부는 이번 위원회의 견해에 대해 “교원노조는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았다”며 “공무원과 교사, 특고(노조법상 근로자 인정 시)도 노조 설립과 가입이 가능한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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