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공매도제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던 차에 BNP파리바·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불법 공매도 적발은 제도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금융위원회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중단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상환 기관, 담보 비율 등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문제들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 당국을 상대로 불법 공매도를 근절시키기 위한 엄정한 감독 프로세스 마련을 주문했다. 또한 소액주주들의 권리와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당국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과 상환 기간을 조정했다고는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해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증시를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없다면 이번 조치도 ‘언 발에 오줌누기’식 미봉책에 그치고 말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금융 당국의 ‘일벌백계’를 통한 불법행위 근절이다. 한국투자증권의 6조 원 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지만 부과된 과태료는 10억 원에 불과했다. 미국은 악의적인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20년 이하의 징역을 적용하고 부당이득의 10배에 달하는 벌금을 매기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불법 공매도의 타깃이 된 종목이 1212개, 거래 주식이 1억 5000만 주가 넘는데도 과징금이나 과태료만 부과하고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적발시 ‘이익환수’나 ‘형사처벌’도 가능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공매도의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액 투자자의 공매도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거품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학계에서는 공매도가 증시를 하락시킨다는 실증적 연구나 검증이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외국인과 기관뿐이다 보니 소액 투자자들은 국민연금 등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처럼 개인이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진행하는 우리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서도 공매도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밖에도 공매도 전산화 도입, 상환 기간 및 비율 조정,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행해야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번만큼은 설익은 미봉책이 아닌 만년책을 제시해 기울어졌던 운동장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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