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구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특히 전통시장을 찾아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지방에서도 민생 행보를 본격 가동했다. 정국 기조를 총선 체제로 전면 전환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국정운영 방향, 향후 정국 구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며 보수 통합의 기치를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차담에는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외에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대변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유 변호사는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대구 지역 출마설이 도는 친박진영 인사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방문했을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집안에서 맞이했지만 이날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반갑게 맞았다. 박 전 대통령은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며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사저 현관 진열대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 이후 두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오솔길에서 내려오는 사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차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각종 차 중에서도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홍차와 우유를 미리 준비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예고되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진행된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나 칠성종합시장 방문 등 민생 행보가 자칫 덜 부각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지지층 결집은 지지층 결집대로, 민생 행보는 민생 행보대로 강조하겠다는 대통령실의 복안이다.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4월 1일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 참석과 2023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에 나선 지 7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수의 심장 대구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이날 오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전국대회에서는 약 8000명앞에서 “대구에 오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바르게살기운동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바르게살기운동이 가짜뉴스 추방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법질서를 지켜 정직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구 대표 전통시장인 칠성종합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어려움을 청취했다. 첫 지방 민생 행보다. 서울에서 택시기사와 자영업자 등 국민들과 만나 목소리를 청취했고 동탄역에서 수도권 국민의 가장 큰 어려움인 출퇴근 고민을 해결해줄 GTX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서민들을 위해 쓰는 것은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통시장 상인이 잘 돼야 한다”고 격려했다. 상인과 지역 국회의원들과는 함께 소곰탕, 대구식 생고기(뭉티기)로 점심을 함께하며 지역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응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장에서 두부·청국장·새우젓·명란젓, 양대콩 반찬을 구입했다. 또 청도 한재 미나리와 옛날 과자를 “저녁에 먹자”며 직접 장을 봤다. 윤 대통령은 전통시장에서 다시 한 번 물가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면 파시는 분들은 좀 나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또 어려움이 많다. 가급적 가격을 안정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