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추진되고 있는 미중정상회담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쪽으로 최종 조율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15일 여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미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회동이 성사되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의 대면 양자 회담이 된다.
이번 회담은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롯해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민감한 안보·경제 의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제재를 피해 반도체 장비 사재기에 나서는 등 대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9월 네덜란드가 내년 1월부터 일부 품목의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자 9월 네덜란드로부터 반도체 장비 13억 달러어치를 발 빠르게 수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50% 증가한 규모다. 인공지능(AI) 칩셋 역시 미국이 예상보다 한 달 빠른 10월부터 수출을 막아서면서 당초 들여오려던 미국 엔디비아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자국 기업 화웨이의 제품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의제의 무게와 미중 정상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회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중국 역시 최근의 경제 침체로 이번 회담을 통한 외교 성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APEC 참석을 계기로 미국 기업 대표들과 만찬을 함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재계에서 마련한 이 자리에는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수백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최근 경기 둔화와 반(反)간첩법 강화로 중국 내 해외 기업이 위축된 상황을 전하며 “시 주석의 방미 우선순위는 외국 투자가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거래가 중요한 기업을 설득해 미국 내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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