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중소 규모의 구축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데다 비교적 사업 속도가 빠르고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기부체납 등의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동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최근 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했다.
서광아파트는 1998년 준공된 단지로 지하 3층~지상 20층, 2개 동 304가구 규모다. 용적률이 366%에 달하는 만큼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 지난해 2월부터 추진위를 꾸리고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해 왔다. 한 개 층을 증축하고 1동과 2동 사이 공간에 별동을 증축해 29세대를 일반분양하는 것이 목표다.
조합은 수직증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안전진단만 통과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수평증축과 달리 수직증축은 1·2차 안전성 검토를 거쳐 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김영규 조합장은 "인근 대치현대1차아파트가 송파구 성지아파트(잠실 더샵 루벤)에 이어 두 번째로 수직증축에 나서면서 조합원들의 관심이 크다"며 "내년 상반기 중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등 다수의 1군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조합과 접촉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청담공원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도 주민에게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최고 15층, 8개 동 391가구 규모로 1999년 준공된 곳이다. 현재 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을 거의 충족해서 빠르면 올해 말 조합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조합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돌입할 수 있다.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4분의 3 이상 주민 동의)과 비교하면 문턱이 낮다.
현재 강남권에서는 서광아파트를 비롯해 개포동 대청아파트, 삼성동 풍림1차아파트 등 11여 곳 단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1990년대 준공돼 재건축 연한(30년)이 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으로, 용적률이 300% 수준으로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기부채납과 임대의무 등 규제도 피해갈 수 있다. 대부분 재건축 단지들은 건폐율과 용적률 등 사업여건 상향을 위해 지자제에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강남권 단지들은 대부분 재건축 연한은 되지 않았지만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열악해 생활 여건을 빠르게 개선하고 싶어하는 곳들"이라며 "재초환법 개정안이 무산될 경우 많은 재건축 예정 단지들도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강남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조합원에게 부과되는 재초환 부담금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행법상 재건축 종료 시점의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조합원 인당 3000만 원을 넘으면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재건축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초과이익 기준을 인당 1억 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도 2000만 원에서 7000만 원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집슐랭 연재’ 구독을 하시면 부동산 시장 및 재테크와 관련한 유익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