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이 이어지는 데 대해 또다시 비판에 나섰다. 유엔 내부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8일 로이터 통신은 구테흐스 총장이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 행위”라면서 “그러나 (이스라엘군) 작전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숫자를 본다면, 여기엔 분명히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벌인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별개의 존재임을 구분해야 한다”며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인류애 자체의 의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전쟁에서 보는 어린이 사망자 수는 최대 몇백 명인 것에 비해 가자지구에서는 수일 만에 어린이 수천 명이 죽었다”며 “이 역시 군사 작전의 방식이 뭔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의미”라고 거듭 이스라엘군의 테러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후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1만569명이며 이 중 40%는 어린이라고 발표했다.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측은 구테흐스의 발언에 대한 입장 요청에 즉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구테흐스 총장이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대응 방식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달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두고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50년 넘게 이어져 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이스라엘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가자지구가 어린이의 무덤이 되고 있다”며 휴전을 호소했다. 이 발언에 대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어린이와 민간인들도 희생당한 점을 강조하며 “가자지구의 문제는 하마스이지 하마스를 없애려는 이스라엘의 활동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구테흐스 총장 뿐 아니라 유엔 내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 방식에 대한 비판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가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연결되는 라파 국경 검문소를 찾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10월 7일 자행한 만행은 끔찍한 전쟁범죄이며, 인질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집단으로 처벌하는 것도 전쟁범죄이며, 민간인을 강제로 대피시키는 것 역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이 어린이 등 민간인 희생자를 계속 내고 있다는 점은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앞서 폴리티코가 자체 입수한 미국 국무부의 문건에 따르면 실무자급 미국 외교관들은 민간인 공격이 계속되는 데 대해서는 미국이 공개 비판해야 한다는 정책 의견을 냈다. 문건에서 미국 국무부 직원들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공격 작전 대상을 합법적 군사 목표물로 제한하지 않는 등 국제 규범을 위반한 데 대해 공개 비판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할 때, 우린 이것이 미국의 가치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전달해 이스라엘이 면책권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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