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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세계 최대급 망원경 ‘제미니천문대 전용 분광기’ 개발

적외선분광기 개발해 첫 관측 성공

미국 하와이 미우나케아에 소재한 제미니천문대의 망원경에 부착 완료한 IGRINS-2 분광기. 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은 세계 정상급 대형망원경인 제미니천문대용 적외선 고분산 분광기 IGRINS-2(Immersion GRating INfrared Spectrograph, 아이그린스-투)를 개발해 첫 관측(First Light)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분광기는 천체관측 망원경을 통해 모아진 빛을 파장별로 분해해 분석하는 장비로 천체의 구성성분이나 천체가 움직이는 속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빛을 나눈다는 의미의 분산은 얼마나 자세하게 나누느냐에 따라 고분산, 중분산, 저분산 등으로 구분한다.

제미니천문대는 미국 하와이와 칠레 세로파촌에 각각 1기씩 세워진 지름 8.1m 대형망원경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운영 천문대다. 현재 단일경으로는 스바루 망원경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망원경으로 꼽힌다.

천문연 관측기기 개발팀은 올해 10월 해발 4200m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소재한 천문대에 분광기를 설치했고 행성상성운 NGC 7027의 팽창 중인 기체 방출선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

첫 관측 대상인 백조자리 내의 행성상성운 NGC 7027은 지구로부터 약 3000광년 떨어져 있고 태양보다 3~4배 질량이 크고 죽음 단계에 있는 별이다. 개발팀은 IGRINS-2를 이용해 중심부로부터 팽창하는 기체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분광선들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



IGRINS-2 분광기는 별과 행성계의 탄생과 진화 과정, 외계행성의 발견 및 특성 규명 연구에 특화된 관측기기다. 실리콘 담금격자를 핵심 부품으로 이용해 기존의 분광기보다 작은 부피로 넓은 파장 대역을 높은 감도로 관측할 수 있다. 특히 적외선 영역인 H-밴드(1.49-1.80마이크로미터)와 K-밴드(1.96-2.46마이크로미터) 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어 천체의 물리적 특성을 자세히 분석할 수 있다.

IGRINS-2 분광기는 2024년 상반기에 추가 시험 관측과 성능검증 과정을 거친 후,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세계 천문학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이다.

개발 책임자인 천문연 박찬 책임연구원은 “개발 기간의 대부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일정 지연이 없이 개발과 시험 관측을 완료했다는 점에서 국내 천문기술 개발 역량에 자부심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천문연 대형망원경사업단장 박병곤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8m급 대형망원경의 주력 관측기기를 개발해 활용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천문연은 2019년부터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과 함께 제미니천문대를 국제 공동 운영하고 있다. 천문연은 2014년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와 공동으로 개발했던 IGRINS 분광기가 제미니천문대 커뮤니티에서 성능을 인정받자 그 성능을 개량한 IGRINS-2를 2020년부터 제미니천문대 전용으로 개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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