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8일(현지 시간) 뉴몰든 한인타운을 방문해 각종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찰스 3세뿐 아니라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찾아 한인 사회를 둘러본 것은 처음이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차가운 가을비가 쏟아지는 날씨 속에 뉴몰든을 찾았다. 찰스 3세는 직접 우산을 들고 시민들에게 5분가량 인사한 뒤 행사장인 뉴몰든감리교회로 들어섰다. 행사장에서는 K팝이 흘러나왔고 한복을 입은 한글학교 어린이들이 양국 국기를 흔들며 맞았다.
찰스 3세는 75세 생일(11월 14일)을 앞두고 김치와 김치 요리책을 선물로 받았다. 찰스 3세는 “(김치를 먹으면 매워서) 머리가 터질까. (머리가) 남아 있을까”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찰스 3세는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물한 김치는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이 한국에서 담가 전날 공수한 것이다. 고춧가루를 절반만 넣고 새우젓과 마늘은 끓여 냄새를 줄인 김치 한 포기를 작은 항아리에 담아 보자기로 쌌다.
찰스 3세는 이어 한인 단체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며 활동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찰스 3세는 노인회 가입 연령이 몇 살이냐고 묻고는 65세라고 하자 자신은 기준을 훨씬 넘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탈북민인 이정희 재영탈북민총연합회 회장과 영국 의회의 북한 관련 초당파 모임에서 일하는 티머시 조에게는 북한에서 탈출해 영국에 정착한 과정과 가족이 남아 있는지 등을 자세히 물으며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고 관심을 표했다.
찰스 3세는 뉴몰든 지역 한인 합창단의 ‘아름다운 나라’와 한인 무용가의 공연도 감상했다. 무용가가 공연에 사용한 부채를 찰스 3세에게 건네며 펴보라고 제안해 시도해봤지만 잘되지 않자 껄껄 웃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이어 한인들이 준비한 한식 생일상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국왕을 안내한 킹스턴구의 한인 구의원 박옥진 씨는 찰스 3세가 ‘구절판’이 채식이냐, 한식에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 건강에 좋으냐, 수정과 재료는 무엇이냐 등을 물었고 한번 시식해보라는 권유에는 나중에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찰스 3세는 합창단원들에게 영국에 온 지 얼마나 됐는지, 한국에 가끔 가보는지 묻고서는 1992년 방한 때 기억을 떠올렸는지 “정말 멀다. 진 빠진다”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찰스 3세가 뉴몰든에 한인타운이 형성된 배경을 궁금해하며 예전에 삼성이 있었기 때문이냐고 물어 교육 환경 때문일 것 같다고 하자 끄덕였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또 교회 옆 한국 카페에 가서 빙수를 먹는 청년들과 만나 “이게 빙수냐, 종류가 여러 가지냐,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냐. 한 번에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영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한류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 있던 무용가 이성효 씨는 “찰스 3세가 K팝 인기 요인이 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이후 2차선 도로 길 건너 전쟁기념비 앞에서 피터 풀러브 등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만났다. 브라이언 패릿 준장은 한국전이 ‘잊힌 전쟁’이 되지 않도록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행사 후 비가 그치자 찰스 3세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가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