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후임에게 계곡에서 뛰어내리라고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군인들이 항소심에서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김복형 장석조 배광국 부장판사)는 10일 위력행사 가혹행위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각각 금고 8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육군 모 사단 소속이던 A씨 등은 지난 2021년 후임인 고(故) 조재윤 하사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조 하사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9월경 고(故) 조재윤 하사는 임관 아홉 달 만에 가평계곡 물에 빠져 숨졌다. 물을 무서워했던 조 하사는 "남자답게 놀자", "빠지면 구해주겠다"고 다이빙을 권한 선임 부사관들의 말을 믿고 물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그 계곡에서 살아 나오지 못했다.
해당 사건은 범행수법과 그 결과가 이은해가 벌였다는 '계곡살인사건'과 유사해 당시 '군대판 계곡살인사건', '이은해 판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 하사의 유족은 단순한 물놀이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고 봤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조 하사를 선임부사관들이 위계와 강압에 의해 물에 들어가게 했다며 군의 수사를 요구했다. 군은 수사를 통해 함께 물놀이했던 선임부사관들의 권유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1심을 맡은 제2지역군사법원은 다이빙을 강요한 가혹행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치사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이들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과실치사 혐의까지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휴무일에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적 모임에 참석해 자발적으로 다이빙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물통과 밧줄을 던지기도 했으나 피해자가 물통에 닿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튜브나 다른 구조 용품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잡지 못했다면 마찬가지로 구조에 실패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작위의무(적극적 행위를 할 의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상황)가 성립했다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재판이 끝난 뒤 "판결이 너무하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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