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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부터 체포까지… 김길수 도주 사건의 모든 것 [폴리스라인]

'우발적 도주' 주장한 김길수… 전문가 "계획했을 것"

교도관 신고 지연, 도주 장기화 원인으로 지목

1년 이하 징역형 추가… 특수강도죄 형량 높아질 수도

미국은 도주범 '5년 이하 징역' 선고…"형량 높여야"





사흘 간 도주극을 벌여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36)가 붙잡혔다. 그는 치밀하게 경찰을 따돌리며 도주했다. 김길수와 같은 도주범죄자는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에 도주죄 형량을 늘려 피의자의 도주 행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플라스틱 숟가락 삼켜 입원… 김길수의 도주 행적

김길수는 구치소에서 플라스틱 숟가락 일부를 삼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4일 오전 6시 20분 화장실을 사용하던 김길수는 보호장비를 해제한 틈을 타 병원 직원복으로 갈아입고 탈출했다.

그는 탈출 직후 30대 여자친구를 만나 3만 원을 받았다. 택시를 타고 경기도 의정부로 이동한 김길수는 오전 11시께 의정부에서 양주역으로 이동해 친동생을 만나 도주 자금 80만 원을 확보했다. 이후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에서 사우나를 한 김길수는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당고개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국수를 먹었다.

오후 4시 40분께 노원역 인근에서 발견된 김길수는 같은 날 오후 6시 20분께 뚝섬유원지역에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김길수는 이발을 하고, 병원복 차림에서 베이지색 후드티로 환복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오후 9시 40분 고속터미널역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뒤 행적을 감췄다.

이후 김길수는 4일 오후 9시 40분 이후 고속터미널역에서 도보로 서초구 사평역으로 이동한 뒤 택시를 타고 동작구 노량진으로 갔다. 5일 오전 2시께 다시 택시를 타고 양주로 향한 김길수는 6일 오후 8시께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되돌아갔다. 이후 6일 오후 9시 25분께 공중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던 김길수는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 당시 김길수는 경찰과 영화에서 나올 법한 추격전을 펼쳤다. 공중전화 부스 근처에 경찰차가 내리자 김길수는 차도를 가로지르며 경찰을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칫 김길수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추격 끝에 체포에 성공했다. 63시간의 도주극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도주 사흘째인 6일 검거 직전 의정부시 가능동 일대에서 의정부경찰서 형사들에게 쫓기는 김길수의 모습. 연합뉴스


◇ 도주자금 마련? 변호사 비용 확보?… 김길수는 왜 도주했나

김길수는 서울구치소로 인계되기 전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도주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과 전문가들은 김길수가 우발적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길수는 도주를 염두에 두고 병원에 가기 위해 고의적으로 플라스틱 숟가락 일부를 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길수가 도주 자금이나 변호사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도주를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사기 혐의도 받고 있는 김길수는 지난 10일은 임차인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의 잔금을 받는 날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잔금을 확보해 변호사 선임비로 사용할 계획을 세운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길수가 계획적으로 도주를 준비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 63시간의 도주 행각… 김길수 체포 늦어진 이유



김길수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며 도주 행각을 벌였다. 양주와 의정부 등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며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또한 같은 장소를 수차례 왔다갔다 하고, 지하철에서도 내릴 때 탑승객 바로 뒤에 붙어 나가는 등 경찰의 CCTV 분석을 어렵게 만들었다.

도주 중간중간에 위장도 했다. 탈출 이후 이발을 했고, 도주 초반에 입었던 푸른색 계열 상·하의 복장에서 베이지색 계열 상·하의로 환복하고 검은색 운동화를 신었다. 체포 당시에는 검은색 점퍼와 회색 상의, 검은색 하의를 입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교도관들의 신고 지연이 도주 장기화의 원인이라 밝혔다. 도피 자금 유무는 범인 체포의 난도를 정하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인데, 경찰 신고가 늦어진 틈을 타 김길수가 소액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치밀히 도주를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자들은 우발적 도주범에 비해 체포가 어렵다”며 “신고가 지연된 시간 동안 김길수가 소액의 도주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가 6일 오후 검거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특수강도에 도주죄까지… 김길수의 형량은?

형법 145조 1항(도주죄)에 따라 김길수는 1년 이하 징역형을 추가로 받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특수강도죄 자체의 형량이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형사 전문 변호사인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통상 피의자가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양형 사유가 된다”며 “그러나 김길수는 도주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특수강도죄 형량 자체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길수에게 3만 원의 도피자금을 제공한 여성 지인 A씨도 처벌받을 수 있다. A씨는 현재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형법 제151조 1항에 따르면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경기도 양주에서 김길수에게 80만 원을 건넨 김길수의 동생 B씨는 처벌받지 않을 전망이다. 형법 제151조 2항은 '친족·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은닉·도피시켜 준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 매년 늘어나는 범죄자 도주… "형량 높여야" 목소리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도주 범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2년 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6건이었던 도주와 도주원조 범죄 발생 건수는 2020년에 10건, 2021년에 14건을 기록했다.

도주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로 낮은 형량이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주죄는 1년 이하의 징역형에 해당하지만, 외국은 형량이 더욱 높다. 미국 형법에는 '법원, 판사, 치안판사 등의 유죄 판결에 의해 합법적으로 구속된 자가 도주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도 도주범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도주범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형법 전문가는 "구치소에서 탈출해도 기껏해야 징역 1년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안되면 말고' 식으로 생각하는 범죄자들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도주죄는 다른 범죄보다 발생 횟수가 적지만 사회적으로 불안을 일으키기 때문에 형량을 높여 원천적으로 도주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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