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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잡지 하나쯤은 있는 것이 세련된 젊은이(?)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출시일을 기다렸다 서점에서 구해오기도 하고, 정기구독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죠. 이제는 잡지를 비롯한 정기 간행물 자체가 예스런 물건처럼 여겨지고, 독자도 많이 줄었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가 가진 신선함, 트렌디함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엔 친환경 관련한 잡지들이 꽤 많이 탄생하고 있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친환경 관련 잡지에 관한 지난 레터 보러 가기)
오늘은 국내 유일의 기후 위기 대응 잡지와 그 잡지를 만드는 회사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1.5℃>라는 계간지입니다. 2021년 9월 창간호를 발행하고 그 해 교보문고가 선정한 기후 변화 문야 '베스트 매거진'으로 선정됐고, 이듬해인 2022년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라 불리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이 잡지를 만든 회사가 출판사도, 잡지사도 디자인 회사도 아닌 재생에너지 회사라는 점. 1.5도씨를 만드는 소울에너지의 안지영 대표님을 지구용이 만나고 왔습니다.
재생에너지 생애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울에너지
2017년 문을 연 소울에너지는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바이오 매스 발전, 기업 에너지 컨설팅 등 재생 에너지 보급이 주업인 에너지 회사입니다. 부지 선정부터 자금 모집, 발전소 건설과 유지 보수 관리까지 재생 에너지 생애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일을 합니다.
안지영 대표님은 원래 기업 컨설팅을 하셨습니다. 대표님은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컨설팅을 하면서 해외 산업 동향을 오랫동안 지켜보니 재생 에너지 산업 트렌드가 확대되는 것이 보였죠.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재생 에너지로 급전환을 한 것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일본은 제로금리 시장인데, 6%대 금리의 연금 상품을 내세워 재생 에너지를 보급하더군요. 전국민이 재생 에너지 보급의 투자자로 참여하고 수익도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대표님은 "국내에서는 여전히 재생 에너지가 정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멀리 내다보면 시대적 니즈와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다는게 해외 사례를 보며 내린 저의 결론"이라고 하셨습니다.
1년 발간에 10억...광고도 없는 잡지를 만들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울에너지는 기후 위기 잡지 1.5도씨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들고 광고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소울에너지는 어째서, 그것도 하필 잡지를 내게 된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처음 마케팅 방향을 정할 때 회사의 서비스보다는 정체성을 알리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보다 왜 이 사업을 하려고하는지 비전과 철학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단순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면 웹진으로 낼 수도 있었겠지만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 잡지가 여전히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물 잡지를 내게 된 거죠."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잡지지만, 기후 위기를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무료 배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도서관, 학교 등에 120권 정도 배부했다고. 점차 반응도 오고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께 무상으로 1.5도씨를 보내드렸는데 1~4호를 다 봤고 심지어 학교 수업용으로 쓰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1.5도씨를 가지고 글을 쓰고 포스터도 만드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교실에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과학자가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 정말 보람있어요. 우리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담겨있지 않지만, 1.5도씨를 보고 소울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사업 파트너들도 적지 않습니다."
에너지 프로슈머가 되는 길
대표님은 언젠가는 개인이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생산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생각에 우리나라에서 진짜 집집마다 에너지를 발전해서 판매하는 프로슈머는 탄생하기 어렵다는데요.
"아파트 중심의 우리나라 주거환경에선 집집마다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두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모델은 주택 생활 중심의 해외에 맞죠. 국내 전력시장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내 재생 에너지 설비 단가는 해외보다 비싼데 전기 요금은 저렴합니다. 아직은 에너지 프로슈머가 되기엔 남는 이윤보다 비용이 더 크기에 경제적 유인이 약하죠."
그래서 소울에너지는 개인이 소액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 '위밋'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술품이나 저작권, 부동산을 여러명이 쪼개서 투자하는 '조각 투자'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재생 에너지 발전소나 설비 등에 여러 명의 개인이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바로 위밋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발행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 방식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며 KB증권이 STO 발행과 유통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
"어떻게 하면 기후 위기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회의 끝에 자본주의 원리와 접목시켜 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나의 투자 행위가 사회적으로 의미도 있고 이윤도 남는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대표님은 인터뷰 내내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셨습니다. "기후 학자들이나 생태 학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울분과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지구가 궤멸되는 타임라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됐으니까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기후 위기에 정말 관심이 없습니다. 당장 나에게 불이익을 주는 이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구는 임계치를 넘으면 그 다음이 없습니다. 공멸인 거죠. 그 공멸을 막는 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돼요. 이 사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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