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정보기술(IT)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네카오(네이버·카카오)’의 AI 비즈니스 전략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식과 창의성·생산성 등을 담보할 차세대 AI 모델을 토종 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지는 결국 이들 기업이 선보일 기술 수준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앞서 검색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라는 주요한 기술 변곡점마다 독자적 서비스를 구현해온 예외적 사례다. 차세대 기술인 생성형 AI에서도 기술 주권을 이룰 수 있을지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비즈니스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가 자사 AI 기술 자체를 진열대에 올려놓고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반면 카카오는 AI를 지렛대 삼아 광고 등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가 8월 차세대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며 자사 LLM 비즈니스 청사진을 밝힌 데 이어 카카오 역시 최근 자사 생성형 AI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발표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9일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최근 오픈AI가 서비스와 고객을 연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우리야말로 모바일 메신저라는 가장 실행 빈도가 높은 서비스를 운영해오면서 서비스와 고객을 연결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오픈채팅과 결합된 AI 콘텐츠봇을 출시해 검증 과정을 조만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생성형 AI 기술을 발판 삼아 광고를 최종 목적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예컨대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혼재된 오픈채팅에 AI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들을 특정 관심사로 세분화한 뒤 맞춤형 콘텐츠 제공하고 광고의 파급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AI 기술을 통해 높은 응집력을 가진 잠재 소비자군을 형성하게 되는 만큼 타깃 이용자들에게 도달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스폰서로 활동하면서 광고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자사 LLM인 ‘코GPT(KoGPT)’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종류와 비용 효율성에 따라 얼마든지 빅테크 모델과 오픈소스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자체 개발 중인 파운데이션 모델 중 일부 모델은 구축이 완료된 상황이고 글로벌에서 공개돼 있는 오픈소스 모델의 파인튜닝(미세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AI 기술을 서비스에 실제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고 구현하려는 서비스에 적합한 모델을 비용 효율성의 관점에서 유연하게 채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네이버는 기술 자체가 상품이다. 하이퍼클로바X를 사용해 서비스를 개발 중인 기업·기관들은 8월 기준 700여 곳으로 늘었다. 이는 올해 초에 비해 40% 넘게 증가한 수치다. 더불어 하이퍼클로버X를 보안성이 높은 자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보안성 높은 자체 LLM을 구축하려는 기관·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체 LLM 구축에만 대규모 자원과 시간을 투입한 네이버는 오직 하이퍼클로바X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본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술의 성숙도가 양 사의 AI 사업 차이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가 챗GPT 열풍이 일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LLM 구축에 대규모 비용을 투자하고 사업 전략을 고민해온 데 반해 카카오는 진출 타이밍이 상대적으로 늦은 데다 각종 리스크까지 더해져 기술 투자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했던 탓에 실용적인 접근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서비스에 타사 모델을 사용하겠다는 것만 봐도 양 사의 전략 차이를 알 수 있다”며 “하이퍼클로바X가 나온 지 수개월이 지나고도 아직 자사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로서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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