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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여전히 위협적인 中 반도체 굴기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美 견제에 中 반도체 자급 정체 불구

구형 제조 장비로도 첨단 칩 선보여

韓, 고사양·가격경쟁력 제품 개발

'현재진행형' 중국 추격 한발 앞서야





중국 정부는 2015년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로봇, 첨단 의료 기기, 바이오, 반도체 등 10대 전략산업을 첨단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반도체는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 선언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15% 수준에 불과하므로 10년 만에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어쩌면 중국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게다가 2018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반도체의 중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이 우리에게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 제조 2025의 자립화 목표가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대에 머물러 70%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대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실패로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인 장비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도 같은 이유였다. 반도체와 같이 대표적 장비 산업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이 단기간에 세계 시장을 제패했기 때문에 반도체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첨단 기술 분야로 확장되면서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와 함께 첨단 제조 장비 수출 금지 등의 방법을 동원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철저하게 견제했다. 반도체는 미국에서 발명되고 제조 기술의 발달도 미국 기업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상당수의 원천 기술과 특허가 미국 기업에 있다. 미국은 자국 기업뿐 아니라 동맹국 기업에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첨단 제조 장비가 공급되지 않으니 중국 정부는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미국의 견제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중국의 YMTC는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고 올해 8월 말에는 화웨이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AP(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앱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미국의 제재로 공급이 어려운 첨단 제조 장비 없이도 구형 제조 장비를 활용해 첨단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느리지만 현재진행형이며 계속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다만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구형 제조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수율이나 경제성은 매우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중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반도체보다 고성능·고사양이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춘 제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중국의 추격에 한발 앞서 달려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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