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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제 사실상 철회…‘간판’만 근로시간 유연화 재추진

고용부, 근로시간 개편 방향 발표

3월 발표안은 전 업종 연장근로 유연화

특정업종으로 선회…결정도 노사정 대화

12일 서울 명동 거리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 근무제를 유지하면서 특정 업종과 직종만 연장근로시간을 현행 보다 더 쓸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전 업종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조정하려던 일명 주 69시간제안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연장근로 단위 조정을 통해 현장 근로시간의 경직성과 인력난을 풀겠다는 당초 의도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는 13일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방향은 올 3월 근로시간 개편안의 보완 대책이다. 당시 개편안은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하면서 사업장마다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는 게 골자였다. 이 방식은 특정주에 연장 근로를 집중할 수 있다 보니 주 69시간제(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근로 4시간 마다 30분 휴식+일요일 하루 주휴일 고려)로도 불렸다.

하지만 이번 개편 방향은 3월 개편안의 사실상 폐기로 볼 수 있다. 고용부는 필요한 업종과 직종을 정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단 고용부는 어떤 업종과 직종을 정할지 정하지 않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노정 갈등이 심한 상황과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하면 구체적인 안이 마련될 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대신 고용부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과 공짜야근을 부추기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감독 강화를 개편 방향의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는 예정된 결과다. 고용부는 3월 개편안 발표 이후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악화, 휴식권 제한 등 반발 여론이 커지자 국민 여론 조사 방식으로 정책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이번 개편 방향은 이 여론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이날 공개된 6030명(근로자, 사업주, 국민) 국민 설문 결과는 당시 우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가장 고려 사항을 묻자 임금 보장이 세 응답자 군에서 모두 1위로 나타났다. 현행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업주 비율도 14.%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를 담당한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주 52시간제는 현장에서 안착되고 있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3월 입법은 주 52시간제 정책과 일부 업종 어려움 등을 세밀하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근로시간 개선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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