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발견된 '튀르키예의 韓 아기 묘비'

1964년 부임 대사관 무관의 아들

1년만에 사고로 겨우 두살때 숨져

당시 운구 못해 앙카라 공원묘지에

튀르키예 앙카라 공원 묘지 한편에 놓인 ‘코렐리’ 묘비. 사진 제공=주튀르키예 한국대사관

튀르키예 앙카라 한복판 공원묘지에서 60년 만에 한국인 두 살 아기의 묘비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한인 사회도 몰랐던 낡은 묘비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주튀르키예 폴란드 대사가 공원묘지에서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해 이원익 주튀르키예 한국대사에게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묘비에는 큼지막한 태극기와 십자가 두 개, 그리고 이름 위 튀르키예어로 ‘코렐리(한국인)’라고 적혀 있었다. 게다가 1963년 태어난 고인이 1965년 만 두 살 생일을 불과 열이틀 앞두고 세상을 떴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새겨져 있었다. 튀르키예 한인 이민사가 시작됐다는 1970년대보다도 앞선 시기다.

주튀르키예 한국대사관은 충분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연고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대사를 찾아온 이들이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퍼즐이 맞춰져 갔다.



고인은 1964년 현지 한국대사관에 부임했던 국방무관(외교공관에서 주재관으로 근무하는 군 장교) 백 모 씨의 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 씨는 갓 태어난 아이와 함께 이역만리 타국에 도착, 교민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외교관으로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게 됐고 몇 년 뒤 임기를 마치게 된 백 씨는 아이를 이곳에 묻은 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튀르키예 앙카라로 가는 직항은 없었고 대만과 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거쳐 3~4번은 비행기를 갈아타야만 했다. 더욱이 이슬람 문화는 영혼의 안식처가 소멸한다며 화장을 허용하지 않아 시신이 든 관을 운반하기도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튀르키예 한국대사관은 “고인의 부친도 지난해 작고했다”며 “튀르키예 최초의 한국인 묘지로 추정되는 이 무덤에 매년 꽃을 들고 찾아가 고인을 추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