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20대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용인 기흥고등학교에서는 정년을 앞둔 60대 체육교사가 학부모에게 형사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사건 모두 책임자 없이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채 종결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 교권 침해로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는 늘어나고 있지만, 학부모 민원이나 학교 폭력 처리에 관한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 현재 시스템은 교사와 경찰 모두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사에게 학교폭력 관련 증거 수집이나 진술 확보 등의 '임무'를 내리고 있다. 사실상 경찰이 해야 할 일을 교사에게 맡기는 것이지만, 수사권이 없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보복성 소송이나 민원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찰 입장에서도 현행법상 학교폭력 사안처리는 교사의 몫이기 때문에 함부로 개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교육적 해결이 필요한 언어폭력이기 때문에 경찰이 개입하면 수사권을 남발하는 모양새가 된다.
시스템의 부재는 교육계와 수사당국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경찰의 섣부른 수사 종결로 교사들이 사회적 무관심 속에 다시 갑질에 놓이게 될 것 같아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 경찰 관계자는 "2012년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이 기재되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라며 "교육부 측이 교권 침해와 관련한 근본적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평행선을 달리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과 경찰의 목소리를 반영해 학교 폭력·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별로 산재된 민원처리시스템을 표준화 하기 위한 모델 제작이 급선무다. 20대 신임 교사에게 민원이 빗발치는 학급을 맡기거나, 기간제 교사에게 학교 폭력 민원을 담당하게 하는 등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경찰 관련해서도 학교전담경찰관(SPO) 1인당 12.7개교를 담당하고 있어, 인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으로 나올 대책은 ‘미봉책’이어서는 안 된다. 당장의 문제만을 덮으려 하면 오히려 관리부실 등의 다른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을 튼튼히 고친다면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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