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동반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업계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두고 일반 고객과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각종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관련 관광자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부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올 3월 출시한 제주도 반려동물 동반 전용 전세기(댕댕이 제주 전세기) 상품 판매를 8월부터 중단했다. 관광공사가 반려동물 여행 플랫폼 ‘반려생활’, 소형 항공사 ‘하이에어’와 함께 출시한 이 상품은 김포와 제주를 2박 3일간 왕복하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월 1회씩 연말까지 총 10회 운영할 예정이었다.
기내에서 반려견이 탑승자 좌석 하단이 아닌 옆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게 상품 특징이다. 대신 안전을 위해 좌석 내 반려견 전용 시트와 안전 고리를 제공했다. 반려 인구 사이에서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았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항공사마다 반려동물의 동반 탑승 규정이 다르나 대개 안내견·보조견을 제외한 모든 반려동물을 케이스 내에 넣고 탑승할 수 있다. 기내에서 반려동물을 꺼내는 행위도 금지된다. 상품에 대한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중단된 것은 하이에어가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관광공사는 댕댕이 제주 전세기를 섭외하기 위해 다른 항공사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사 측은 “국내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상품은 전세기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비용, 항공사마다 사정 등이 있어 항공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시점을 못 박을 수는 없지만 판매 재개를 위해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견 동반 객실을 도입·운영하고 있는 리조트 업계도 고민이 깊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를 겨냥해 펫 전용 객실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층 혹은 건물뿐 아니라 리조트 내·외부의 동선을 일반 투숙객과 분리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리조트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투숙객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 짓는 리조트가 아닌 이상 이미 운영 중인 리조트 내에서 반려견 동반 투숙객과 일반 투숙객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리조트 업계는 입을 모은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입장에서는 힘들게 펫 전용 객실에 묵어도 리조트 주변에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관광지가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지점에 펫 전용 객실을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펫티켓(반려동물 공공 예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도 반려동물 동반 여행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견 펜션들이 활성화된 충남 태안 등에서는 휴가철이면 투숙객이 버리고 간 반려견 문제로 고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숙박 업체의 한 관계자는 “버려진 강아지들이 도로에서 주인의 차와 똑같은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뛰어가는 등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은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장기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이 정착할 것으로 보고 그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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