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선심성 복지 사업을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 자치구와 함께 건전 재정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실행 방안의 골자는 현금성 복지 사업은 의무적으로 구청장협의회의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분별한 돈 뿌리기 사업에 대한 제동 장치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시는 “재정 누수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선심 정책의 유혹을 떨쳐내고 이 제도를 흔들림 없이 운영해 정착시키기를 기대한다.
표심을 의식한 전국 광역·기초 자치단체들의 현금 살포가 도를 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자체의 사회복지 분야 지출액은 2017년 49조 5000억 원에서 올해 96조 3000억 원으로 7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불어났다.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되는 각종 현금 복지 사업이 20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어르신 공로수당, 아기수당처럼 중앙정부의 복지 사업과 중복되는 것도 허다하다.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36개월 미만 아이에게 월 30만 원씩 양육기본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10만 원의 입학축하금을 줬다. 대전 대덕구는 초등학생에게 월 2만 원씩 주는 용돈수당까지 만들었다. 충남 보령시는 탈모증 환자에게 1회에 한해 최대 200만 원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현금 살포성 복지가 남발되면서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2017년 평균 54.2%에서 올해는 평균 48.1%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전체 예산 가운데 자체 수입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은 보강해야 하지만 재정 상태가 취약한 상태에서 퍼주기 복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지역 경제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서울시의 사전 협의 의무화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도 지자체의 포퓰리즘 경쟁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선심 정책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지자체에는 지방교부금을 삭감하는 등 불이익을 주거나 ‘지자체판 재정준칙’을 입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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