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일하는 공무원, 즉 군무원이 일반 채용에 응모도 잘 안하고 중도 퇴직자가 급증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율·채용률 향상과 사기 진작을 위한 군무원의 역할 재정립 및 복무 만족도 제고가 최우선 과제임에도 이를 간과한 채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군무원 인력 획득이라는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없이는 군무원의 인력 획득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탓에 비전투분야의 민간 인력 대체 지연과 상비병력 감축에 따른 전투력 손실 방지 계획에 대한 차질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4년도 예산안 가운데 병력운영비(인건비)를 책정하면서 병력감축과 전투력 보강 등에 따른 병력소요를 보완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워 내년도에 군무원 527명을 증원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부족한 병력 해소와 부대별 임무 특성에 맞춰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에 군인 대신 군무원으로 대체하겠다는 복안이다.
5500명 부족에도 1000명 추가 확대 계획
그러나 군무원 정원 확대의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시선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방 분야 업무보고에서 군무원 정원을 2027년까지 4만7000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보고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국방부는 2022년 말에 ‘2023~2027 국방중기계획’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5년간 현재 군무원 정원 4만5000명을 4만7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 군무원은 “병역자원 감소 등의 영향으로 군무원이 늘고 있지만 군무원 업무의 범위를 정확하게 정하지 않은 채 인력이 부족하다고 떠넘기다 보니 민간인 신분인데도 군인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조직의 30%가 3년 안에 떠나는 현상이 과연 정상적인 인력운영 시스템인지 냉정히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무원의 정원 및 현원 현황’은 2023년 6월 기준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정원(4만5956명) 대비 실제 근무하는 현원(현재의 인원)은 4만406명으로 5550명이 미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군무원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2018년 95.6%에서 지난해 90.7%으로 낮아지며 90%선이 위협을 받았다. 올해 들어 87.9%까지 떨어지면서 80% 후반대로 내려 앉았다. 5년 간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이 7.7%나 감소한 것이다.
정부가 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투분야 민간인력 채용을 대폭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당초 증원 운용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방부의 군무원 인력운용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증원 계획에 따른 채용 목표인원 대비 실제 채용인원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2년 군무원 채용 현황을 보면, 채용 목표인원은 7222명이지만 실제 채용인원은 6438명에 불과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신규채용 미달률이 10.9%에 달하는 것이다.
“처우 문제·중도퇴직자 증가세 해결 시급”
다음으로 중도퇴직자가 계속 증가하는 점을 꼽았다. 2018년 기준으로 중도퇴직자는 524명으로 전체 퇴직자 대비 53.9%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1389명으로 68.8%를 기록하며 15% 가량 치솟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무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부대별 임무 특성·여건에 최적화한 군무원 운용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처우 문제와 지원률 감소, 중도 퇴직자 증가 현상은 근본적 해결을 찾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밖에 없고 중기계획에 따른 군무원 인력 확대는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 국방위 한 관계자는 “군무원 지원율 하락과 중도퇴직자 증가는 현재 군무원 인력 운영 제도에 심각성 있다는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무리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고 하지만 보여주기식 무의미한 인력 확대는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게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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