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만든 로봇을 활용해 협심증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내과 이승환·김태오 교수팀이 협심증을 앓고 있던 지모(50남) 씨를 로봇을 이용한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로 치료했다고 15일 밝혔다.
PCI는 환자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이나 손목의 혈관을 통해 얇은 카테터를 심장 관상동맥까지 삽입한 다음 좁아진 관상동맥에 풍선을 진입시켜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를 펼쳐넣는 시술법이다.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협심증,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관상동맥에서 나타나는 병변이 환자마다 다르고 복잡해 숙련된 의료진의 술기가 중요하다. 시술 중 엑스레이 투시 영상을 통해 스텐트의 위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도 컸다.
이번 시술에는 최재순 의공학연구소 교수와 김영학 심장내과 교수팀이 개발한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 ‘에이비아(AVIAR)’가 쓰였다. 에이비아는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서울아산병원, 은평성모병원에서 실증 임상연구를 위해 실제 시술에 활용되고 있다. 의사가 조이스틱 같은 핸들을 조정하면 한 번에 1mm씩 오차 없이 이동한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시술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표시해 의료진의 상황 판단을 돕고 시술 도중 환자의 혈관 커브를 분석해 이상징후 여부도 보여준다.
에이비아를 이용해 보다 정교하고 안전하게 치료 받은 지 씨는 시술 후 하루만에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이 교수는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을 이용하면 보다 정교하게 시술할 수 있어 관상동맥 병변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고위험 환자분들도 더욱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아는 지난 2019년 10월 초기 버전 시제품으로 탐색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3년간 기능 향상 및 보완을 거쳤다. 국내 처음으로 환자 시술에 성공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서울아산병원은 ㈜엘엔로보틱스를 통한 상용화와 함께 미국, 유럽 등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최 교수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외국산에 의존하던 로봇 시장에서 국산 관상동맥중재술 1호 로봇을 이용한 시술을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며 “향후 응급 환자를 위한 원격중재시술이나 감염이 우려되는 환자를 위한 비대면 중재시술 등을 통해 의료 낙후 지역의 치료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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