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책연구원이 밀집한 대전을 찾아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인 ‘주 4.5일제’의 재추진을 선언했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압승 후 정국 주도권을 잃고 ‘여당에 끌려다닌다’는 평가를 받아온 민주당이 본격적인 ‘대응 카드’를 꺼내 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단식 종료 이후 처음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 총량을 늘려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전략은 있을 수 없다”며 “주4.5일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부 산업군에 한해 현행 ‘주 52시간제’를 완화하기로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이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OECD 평균에 비해 한참 길다”며 “양이 아니라 질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인 OECD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네 번째로 길다.
이개호 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통화에서 주 4.5일제 추진에 대해 “민주당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것”이라며 “환노위 간사인 이수진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과로사 예방 및 근로시간 단축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과로사 예방을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날 여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재계는 민주당의 주4.5일제 추진에 신중한 모습이다. 일부 대기업 및 정보기술(IT) 기업이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건설·조선·전자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우 여전히 근로시간이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 축소가 일괄 적용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여력이 되는 회사들이 노사 자율로 도입한 후 필요하다면 점진적으로 도입해야지 국가가 강제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무리한 근무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자의 소득을 결정하는 데에는 근무시간 자체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시간이 낮아지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일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한 주장”이라며 “입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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