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이탈리아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 ‘데이트 통장’을 놓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글이 올라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데이트 통장이란 연인이 만나서 함께 쓸 비용을 각자 모으는 계좌다. 함께 매달 일정 금액을 입금하고 계좌 잔고 범위 안에서 데이트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식으로 쓰인다.
15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데이트통장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유가 뭔가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글을 쓴 A씨는 자신의 소속을 공무원으로 표기했다.
A씨는 “데이트통장을 쓰면 서로 절약할 수 있고 매번 눈치 보지 않고 배려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더 많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데이트통장이 계산적으로 보여서 싫다는 것인가? 데이트통장을 안 써도 ‘다음엔 상대에게 얼마를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면 계산적이다. 이게 더 이상해 보인다”며 “서로 비용 부담도 덜고 ‘윈윈’하는 방향이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데이트통장이란 단어만 듣고 (자신을) 넉넉지 못한 남성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그가 나보다 무리해서 돈을 쓰는 게 미안하다. 함께 과소비를 지양하자는 의미에서 데이트통장을 제안하려 하는데 온라인상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길래 왜 부정적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물론 연인 사이에 직접적으로 현금이 오가는 데서 데이트 통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은 “부부가 아닌 이상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는 사이인데 금전적으로 공유하는 통장을 만든다는 게 꺼림칙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주로 데이트 통장을 쓰자고 제안하는 사람들은 적은 금액에도 민감하고 돈을 쓰는 데 인색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네티즌은 “서로 배려하면서 데이트하면 될 일이지, 그렇게 계산적으로 연애하는 게 맞나 싶다”고 했다.
반면 데이트 통장을 이용하면 과소비를 막아 서로에게 금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또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준비할 때 지출 규모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지난달 28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는 데이트 통장과 관련해 다양한 국적의 출연진들이 갑론을박을 펼친 바 있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와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는 각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상도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특히 크리스티나는 “첫 데이트는 원래 남자가 내는 것”이라며 “사귀고 나서 여자도 조금씩 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기에 출신 줄리안 퀸타르트 또한 “남자가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빠가 항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라고 못 박았다.
인도에서 온 럭키(아비셰크 굽타)는 "인도도 문화는 원래 남자가 내야 한다"며 "(그런데) 인도에서는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게 (힘들다). 결혼할 때 통장이 나온다. 그냥 개인 통장 만들기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 출신 크리스 존슨만이 “미국은 한국보다 더치페이가 훨씬 많다"며 "그냥 형편 맞게 하거나, 남자가 굳이 내고 싶으면 내면 된다”고 소개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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