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간호협회가 오랜 숙원인 간호법 재추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전국 간호사 6000여 명이 모여 기념행사를 갖고 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 방문간호, 전문간호사 제도 등 간호 시스템의 고도화를 논의하는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대한간호협회는 16일 서울 중구 협회 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간호백년 백년헌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다양한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간호협회의 전신은 1923년 세워진 조선간호부회다. 1903년 최초의 간호교육기관이 설립되고 3년 뒤 첫 간호사를 배출한 이후 정부 주도로 독일(서독)에 1만 여명의 간호사를 파견하고, 국제간호협의회(ICN)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지난 100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재 의료법 체계는 간호사 업무 범위가 다른 보건의료직역과 뒤섞여 있는 등의 한계로 인해 후배들에게 넘겨줄 자산이 부족하다"며 "미래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젊은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자긍심을 느끼며 근무하려면 잘 정비된 간호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법은 현행 의룝버에 포함된 간호사 관련 규정을 따로 떼어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권리 등이 담긴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간협의 오랜 숙원으로 올해 5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의사, 간호조무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단체의 반발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간협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전개하면서 간호법 제정의 불씨를 다시 지필 전망이다. 오는 22일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공동 개최하는 국제학술세미나와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전국 6000여 명의 간호사들이 모이는 100주년 기념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날 간호법 추진 경과보고와 각국 간호리더들이 간호법 제정을 지지하는 간호법 제정 추진 다짐대회도 함께 열린다. 간호법 국제세미나와 한일학술세미나, 방문간호 국제심포지엄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대한간호협회는 1923년 조선간호부회로 창립된 이래 격동의 역사현장에서 국가와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왔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을 위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왔다”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난 10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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