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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개콘 "뭐가 달라졌지?"…혐오·차별 없으면 웃길 수 없나요[현혜선의 시스루]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

3년 4개월 만에 돌아와 첫 방송

신선한 코너 내세웠지만, 불쾌하다는 지적 이어져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방송 담당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사진=KBS2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개그콘서트'가 3년 만에 돌아왔다. 과감한 신인 기용과 신선한 코너를 앞세우며, 다시 대한민국에 스탠딩 코미디 바람을 가져오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내놨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물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과거 시청자들이 '개그콘서트'에서 등을 돌리게 했던 혐오나 차별 등의 ‘불편한 코드’가 여전히 코너들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러운 외국인 말투, 외모 비하까지 '구태' 여전 = 12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는 '니퉁의 인간극장', '대한 결혼 만세' 등의 코너로 꾸며졌다. '니퉁의 인간극장'은 농촌에 시집 온 외국인 며느리 니퉁과 한국인 남편, 시어머니의 일상을 담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주된 내용인데,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내 아들이 번 돈으로 결혼기념일을 챙긴다"고 나무란다. 이는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다. 또 외국인인 니퉁의 말투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서 제노 포빅(외국인 또는 이민족 집단을 혐오, 배척)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한 결혼 만세'는 결혼에 대한 장점을 늘어놓으면서 결혼을 권하는 코너다. 그러나 "결혼하면 좋다. 나만의 내조의 여왕이 생긴다. 백화점에 갔는데, 카드를 꺼내서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주고 넥타이도 사준다. 그거 내 돈이다. 내 돈을 꺼내서 자기가 계산하고 왜 생색을 내는 거냐? 내조의 여왕의 아니라 내 돈의 여왕", "결혼하기 전에 집에 들어가면 칙칙하고 어둡고 외롭다. 결혼하면 토끼 같은 자식 여우 같은 아이들이 마중을 나오는데, 짐승이다. 말이 안 통한다"는 멘트가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라는 문제다.

'데프콘 어때요?'는 외모 비하와 성적 농담인 수위가 문제였다. 해당 코너는 데프콘을 닮은 여자와의 소개팅이라는 콘셉트로, 여성의 지속적인 구애와 남성의 방어가 창과 방패처럼 이어지는 게 포인트다. 데프콘을 닮은 여자를 향한 은근한 외모 비하는 물론, 여성이 남성을 향해 "모텔에 가자"고 요구하는 장면은 성희롱에 가깝다. 이는 구시대적이라는 평이다.

'개콘' 시청자 게시판에는 불쾌감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10년 전에는 웃겼을 테지만, 지금은 웃기지 않다", "혐오적인 표현이 없으면 웃기지 못하는가", "어디서 본 듯한 콘셉트"라는 반응을 쏟았다.

◇유튜브 개그에서 배울 것…'자극'아닌 '공감' =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약자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바뀌는 추세다. 여성 혐오, 장애인 혐오, 외국인 혐오, 외모 비하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혐오나 차별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개콘'이 메워야 될 3년의 공백기 속에는 시청자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감수성도 포함된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혐오적인 표현이 유머로 소비됐다면, 지금은 시청자들의 불쾌감만 야기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금은 사회적 감수성이 워낙 높지 않냐"며 "KBS가 공영방송인 만큼, 그 플랫폼 안에서 코미디를 가져가야 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유튜브였다면 이 정도의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콘'이 없어진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 코미디에는 큰 지각 변동이 있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설 곳을 잃은 코미디언들이 유튜브로 눈을 돌린 것이다. 유튜브로 진출한 코미디언들은 소위 '대박'이 났다. 숏박스는 275만 구독자, 피식대학 256만 구독자를 모았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물론 KBS도 이를 의식했는지, '니퉁의 인간극장' 등 유튜브를 '개콘' 무대로 끌고 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저 ‘이식’했을 뿐 유튜브 개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은 잡지 못한 듯 하다. 유튜브 개그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은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접근성과 공감 덕분이다.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상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숏츠 등 숏폼 콘텐츠를 통해 빠른 구독자 유입을 꾀할 수 있다. 쉽게 접근이 가능하니 편하게 볼 수 있고, 일명 '밥친구'도 될 수 있다. 최신 유행을 발 빠르게 맞춰간다는 것도 인기에 한몫한다. 빠르게 변하는 밈 등을 그때그때 개그에 녹이고, 이는 시청자들의 공감으로 이어진다. 동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그로 다가가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 과장된 상황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인물들인 산악회, 헬스장 등을 풍자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끈다.

정 문화평론가는 "유튜브는 새롭게 떠오르는 뉴미디어로 트렌디하다. 피식쇼는 글로벌도 지향하고 있는데, '개콘'이 경쟁해서 성공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개콘'만의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되는데, 제작진들이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지 않고 변화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개콘'이 시작부터 봉숭아학당으로 문을 열지 않았냐. 일종의 상징이지만 그런 부분에 발이 묶여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개콘'이 유튜브가 인기를 끈 근본적인 이유를 놓치고, 시청률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요소만 차용한다면 옛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다. '개콘'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정 문화평론가는 "방향성을 찾아야 된다. 무대 개그를 하고 있는데, 과감하게 코너나 형식을 바꿔야 한다"며 "요즘은 무대를 집중해서 보는 시대가 아니다. 무대는 현장성이 중요해서 방송과 다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차라리 유튜브 방식으로 들어가는 게 어떨까 싶다. 영상에서 좀 더 현실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콩트 코미디를 지향하면서 세트나 무대가 아닌 일상으로 가는 방향을 생각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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