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묻지 마식 삭감과 제멋대로 증액이 도를 넘고 있다. 특히 나라 경제 및 미래 전략과 직결된 에너지 및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안에서 발목 잡기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소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지원 등 R&D 예산 중 1조 1600억 원을 삭감했다. 대신 연구원 운영비 지원과 4대 과학기술원 학생 인건비 등을 합해 2조 원가량을 증액했다. 민주당은 또 1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소위에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 사업(332억 원) 등 원전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며 1619억 원가량의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R&D 인건비 예산 증액 시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젊은 연구진의 표를 얻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해 인건비 증액으로 젊은 과학자들의 복지·처우 개선을 꾀할 수 없는데도 표심을 겨냥해 R&D 예산마저 정략적으로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과속 탈원전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원전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으로 원전 생태계 복원마저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내 원전 산업의 매출과 종사자 수는 각각 41.8%, 18.2% 감소했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R&D 및 원전 관련 예산을 재단하는 것은 의석수를 앞세운 횡포다.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미래 성장 동력을 점화한다는 관점에서 R&D 예산 심사에 임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예산안 세부 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턱대고 칼질을 하면서 R&D 예산의 정쟁화를 초래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우리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살아남으려면 정치적 이해에 따라 마구잡이로 R&D 예산을 줄이거나 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거대 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내세워 ‘입법 폭주’ ‘탄핵 폭주’에 이어 ‘예산 폭주’까지 하면서 국정 발목을 잡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과학기술마저 득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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