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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이 가장 고약하다던데…몸속 ‘물혹’ 치료해야 할까

복부 초음파·CT 검사 늘며 ‘췌장낭종’ 발견율 급증

10년새 환자 11.5배 증가…70대 발견율 40% 달해

일부 유형은 췌장암으로 진행…정기 추적검사 필요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췌장낭종 진단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이제 진짜 불혹이구나”

11월 생인 서경호 씨는 한 발 늦게 만 40세가 됐다. ‘건강은 타고 나는 것’이라며 술독에 빠져 살았던 과거를 청산하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기로 마음 먹은 서씨. 출근길 흘러 나오는 라디오에서 40대부터 심혈관질환과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말을 듣고 야심차게 건강검진까지 예약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췌장낭종이 관찰돼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확인하고 하늘이 노래졌다.

낭종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췌장에 이상이 생겼다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낭종이라면 곧 암이 될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잡스도 손을 쓰지 못했을 정도로 악명 높은 췌장암으로 진행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부랴부랴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 외래진료 일정을 잡은 서씨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 건강검진 보편화로 ‘췌장낭종’ 발견율 급증…10여 년만에 11.5배 증가


췌장은 위의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는 약 15cm 길이의 가늘고 긴 장기다. 십이지장과 가까운 부분부터 머리·몸통·꼬리로 구분하는데 꼬리에 해당하는 미부는 장내 가스와 지방에 가리워져 일반적인 복부초음파검사로 잘 관찰되지 않는다. 췌장은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에 필요한 소화효소 뿐 아니라 체내 혈당조절을 담당하는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만들고 분비한다. 여기에 액체로 가득 찬 주머니가 생긴 상태가 췌장낭종이다. 물혹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물혹은 췌장 뿐 아니라 간, 신장, 갑상선, 유방, 피부 등 손, 발톱을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에 생길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보이는 양성 소견이기도 하다. 췌장에 낭종이 생겨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동안 우연히 발견된다.



췌장낭종은 전 세계적으로 발견율이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췌장낭종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6만 1721명에 달했다. 2010년 5355명과 비교하면 10여 년새 11.5배 늘었다. 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강검진의 대중화로 복부 초음파, 복부 CT 시행이 증가하면서 췌장낭종 발견율이 매우 높아졌다”며 “20~30대는 검사 자체를 안하다보니 환자가 거의 없지만 40대가 되면 5%, 50대에서 10%, 60대에서 20%, 70대는 4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증상 췌장 낭성질환 유병률이 건강검진 인원의 약 2.2%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다.

◇ ‘췌장낭종→췌장암’ 진행 극히 드물어…대부분 추적검사만으로 관리


췌장낭종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들은 환자들의 첫 번째 질문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다음 질문으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로 이어진다. 가족 중 암환자가 있거나 예민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와선 ‘장액성인지 점액성인지’ 묻기도 한다. 췌장에서 발견되는 낭성병변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상피세포가 아닌 염증에 의해 형성된 섬유조직으로 둘러싸여 있는 가성낭종(pseudocyst)을 제외하더라도 장액성 낭성 종양과 점액성 낭성 종양, 췌관내 유두 점액성 종양, 가성 유두상 종양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장액성 낭종은 말그대로 주머니 내부가 맑은 장액성 내용물로 채워진 유형으로 악성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

동석호 소화기내과 동석호 교수가 췌장낭종 유형에 따른 관리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대병원


반면 점액성 낭종과 췌관내 유두 점액성 종양은 암으로 발전이 가능해 전암성 병변으로 간주된다. 이들 병변은 혹 내부가 콧물처럼 끈적하고 불투명한 성질의 점액으로 채워져 있다. 다만 점액성 낭성종양은 40~50대의 중년 여성에서 자주 발생하며 악성화 빈도가 10~17%로 제법 높게 보고된다. 그에 반해 췌관내 유두 점액성 종양은 남녀 발생비에 차이가 없으며 평균연령이 60~70세로 높은 편이다. 물론 췌장낭종이 발견됐다고 해서 당장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동 교수는 “점액성 낭종은 의학적으로 악성으로 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 다만 점액성, 장액성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췌장에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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