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을 추진 중인 정부가 대학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료계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대정원이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목소리가 큰 의료계의 눈치만 보다가 정책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13일에 발표를 하려다가 이번 주 내 발표하겠다고 일정을 변경했다. 이후 16일에는 “추후에 알려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까지 2주간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5년~2030년 입시의 의대 희망 증원 규모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희망 증원 폭은 2025학년도 입시의 경우 2000명대 초반∼최대 2700명대 수준이며, 2030년도는 최대 4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복지부가 의대정원 수요발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데 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의대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의료계의 눈치만 보다가 골든타임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정부가 주춤하는 사이 의사단체들은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의협은 지난 15일 열린 정부와의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의장은 “지금 정부가 진행하는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하다”며 “정부가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결정한다면 의료계도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경기도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같은날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입장문을 내 "대학별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 결과로 의대 총정원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단체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25일 서울에서 임시총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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