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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문화 공간 '탑골 미술관'…"미술관 문턱 낮춰드립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운영…시니어 11명 실버 도슨트 활동

쉬운 용어로 이야기하듯 작품 해설…"누구나 올 수 있는 곳"


누구나 무료로 미술 전시를 볼 수 있고, 시니어 도슨트(안내원)로부터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서울 종로 서울노인복지센터 1층에 위치한 탑골미술관이다. 센터는지난 2013년 센터 내 쉼터를 미술관으로 개조해 매달 작가와의 대화나 전시, 축제 등을 열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여가 정보가 부족하고 문화 활동에 소극적인 시니어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시니어 11명이 관람객의 전시 작품 이해를 돕는 ‘실버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가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취지를 실버 도슨트에게 1차로 전달하면, 실버 도슨트는 이를 시니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해석해 전한다.

탑골미술관의 실버 도슨트 유정화 씨가 전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정예지 기자




유정화(66)씨는 실버 도슨트 9개월차다. 8년 전 실버 도슨트의 활동을 다룬 방송을 보고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난 3월 신문에서 센터의 실버 도슨트 양성과정 공고문을 보고 지원해 꿈을 이뤘다. 실버 도슨트 3년차인 최경순(65)씨는 사회 복지사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해, 가정 주부에서 실버 도슨트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미술을 통한 세대공감

이곳은 시니어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시니어 세대만을 위한 전시를 하지는 않는다. 미술관을 찾은 16일에는 ‘프로젝트 공: 식탁 위의 위험한 손님’이라는 주제로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룬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미술관 운영을 담당하는 이서영 사회복지사는 “이번 전시 전 실버 도슨트들을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업사이클링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며 "시니어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많아 일부러 주제를 다양하게 구성한다”고 말했다. 짧은 일기를 쓸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세줄일기’에 탑골미술관 페이지를 만들고 실버 도슨트들이 매일 활동소감과 전시 평을 공유하는 것도 미술을 통해 세대가 교류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탑골미술관의 실버 도슨트 최경순 씨가 전시 작품 Under The Se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예지 기자




미술관 문턱 낮추는 계기가 되길

종로 낙원상가에는 2000원에 시니어에게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니어 전용 영화관 ‘실버영화관’이 있다. 탑골미술관과 이곳을 제외하고는 서울 내 시니어 전용 여가문화 공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미술관을 찾은 오전 10시, 시니어 서른 명 가량이 복지센터 내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면 입구 바로 왼편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향하는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 어르신도 미술관에 들어오지 못하고 입구에 서서 고개를 갸웃하며 내부를 살폈다. 들어와서 편히 보라는 권유에도 ‘팸플릿만 하나 얻어 가지고 갈 수 없느냐’ 재차 물었다.

최경순(65) 씨는 “미술관·박물관은 젊은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시니어들이 찾아 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매일 복지관을 찾는 이는 1000명이 넘지만 미술관 관람객은 하루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문화 향유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탓에 마음의 진입 장벽이 높아서다.

문턱을 낮춰도 방문객들이 미술 작품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가 또 다른 복병이다. 최 씨는 이곳을 찾은 누구나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이야기하듯이 설명해준다”고 덧붙였다. 유 씨도 어르신의 상황에 공감하며 “이전에는 미술관을 찾기 어려웠지만 도슨트 활동을 통해 미술과 친해져 미술관·박물관 등을 쉽게 찾게 됐다”고 전했다.

탑골 미술관은 시니어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일뿐만 아니라 일터이자 시니어가 함께 교류하는 커뮤니티다. ‘미술관은 누구나 가도 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 사회복지사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방문해 미술 작품을 보며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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