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층 더 굳건해진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두 정상은 주요 국제 외교 무대에서 마주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에 따라 한일이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됐던 ‘셔틀외교’를 복원한 수준을 넘어 진정한 동반자 관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게 돘다. .
윤 대통령은 회담 발언을 통해 “양국 신뢰를 공고하게 하고 한일 관계 흐름을 아주 긍정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상반기 안보정책협의회경제안보대화에 이어 지난달 외교차관 전략대화까지 재개되면서 올 3월 양국이 합의한 모든 정부 간 협의체가 이제 100% 복원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고위급 경제 협의회 개최를 포함해 각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 역시 “중동 정세를 비롯해 세계정세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에서 자국민 출국과 관련해 일한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 것은 굉장히 마음 든든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과 함께 정치·안전보장·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해왔다”며 “이 걸음을 더 정진시키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세계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전 세계를 분열과 갈등이 아닌 협조로 이끌겠다는 강한 뜻이 있다. 이런 점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7일에도 스탠퍼드대에서 함께 좌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보다 하루 앞서 실시된 이번 정상회담은 기시다 총리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 굳건한 한일 관계의 복원 과시가 정치적으로 이로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회담은 교통 사정으로 기시다 총리가 늦게 도착하며 예정보다 약 20분 늦게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장에 들어서며 윤 대통령에 “많이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괜찮다”고 하자 기시다 총리는 “늦을까 봐 걸어왔다”고 다시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의 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부연했다.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한일 정부협의체 100% 복원’을 내세운 것은 일 년 내내 이어온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적어도 관(官)의 영역에서는 완성됐다고 자평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의 움직임에 민간 차원에서도 한일 관계는 밀착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일본을 찾은 외국인약 1070만 명 중 한국인은 약 313만 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443만 명)을 국적별로 분석해봐도 일본(약 86만 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일본 비영리기구 ‘언론NPO’와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이 공동 실시한 연례조사에서 양국 관계가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양국 관계는 윤 대통령이 3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 방안을 선제시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후 윤 대통령은 3월, 기시다 총리는 5월 상대국을 방문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정상화하고 무역 규제를 해제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작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가졌다 .8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더해 미국에서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함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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