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든 요즘은 천체·우주 동호인들에게 바쁜 시기다.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오리온자리’, 시리우스 별을 품고 있는 ‘큰개자리’, 초저녁에 빛나는 ‘마차부자리’ 등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별자리 찾기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웹 망원경을 비롯해 광학이 발달한 요즘 우리는 우주에 대한 지식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천문학이라는 학문 자체와 이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이란 어떤 학문일까. 이에 대해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천문학이란 우주를 이해하는 학문인데 이는 우리가 가진 근원적 의문”이라며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현재는 어떠한지, 또 앞으로 우주가 어떻게 변하고 그 과정에서 우주에 우리 외 다른 생명체가 있는지도 알아가는 게 천문학”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경북 영천의 보현산천문대에서 근무 중이며 밝기가 변해가는 별인 ‘변광성’을 연구하고 있다. 별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그의 생활은 어떨까. ‘낮에 자고 밤에 일을 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전 연구원은 “천문학자 대부분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낮과 밤이 바뀌는 건 관측을 할 때”라며 “그런데 관측 시간을 얻는 것도 경쟁이어서 연간으로 치면 열흘 정도 밤을 새우는 정도다. 천문학자들의 생활 패턴도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광활한 우주 속의 티끌과 같은 지구와 자신의 모습에 허탈함을 느낀다.’ 이런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연구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지구가 전 우주적 관점에서는 티끌보다 작을 수 있겠지만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은 모두 소중한 존재”라며 “따라서 천문학자들이 자신의 모습에 허탈감을 느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우리 인간, 그리고 천문학자를 포함한 개인들은 모래알 하나하나 같은 존재라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주와 천문학에 대한 관심 여부를 떠나서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외계 생명체다. 지구 외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는 천문학자들이 풀고 있는 숙제다. 이에 대해 전 연구원은 “‘외계 생명체는 없다’고 말하는 천문학자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별 주변에 행성이 존재하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특히 태양계처럼 여러 개가 존재하는 사실도 밝혀냈다”면서 “아직 지구와 100% 일치하는 행성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수학적인 계산(확률)으로만 봐도 별보다 많은 행성 속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없을 수는 없다. 그중에서 외계 생명체가 확률적으로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해도 만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 연구원의 견해다.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웃 태양계)까지 가는 데 현재의 기술로는 수만 년 걸리고 빛의 속도로 가도 4년 3개월이 걸리니 외계 생명체를 만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우리의 근본과 궁금증, 우주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천문학은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라고 전 연구원은 자신한다. 그는 “천문학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8m급 광학 망원경과 세계 최고의 알마 전파 망원경 등의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미래에는 25m 망원경의 주인이 되고 더 큰 30m, 39m 등의 망원경이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블 우주 망원경,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 등 천문학 분야는 굉장한 도약을 이뤘다”며 “천문학은 더 큰 도약의 시기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어린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영역”이라면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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