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가 월별 기준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창업 열풍이 꺾이고 폐업이 늘며 공실률이 치솟은 가운데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매물이 경매로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전국에서 현재 공사 중이거나 미착공 상태인 지식산업센터만 400여 개에 달하는 만큼 향후 경매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총 82건의 지식산업센터 경매가 이뤄졌다. 이는 2015년 6월(86건)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월평균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는 33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54건을 기록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정보통신산업 등이 입주할 수 있는 도시형 공단을 뜻한다. 비교적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롭고 분양 가격의 최대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해 저금리 시대 대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공급 과잉에 금리마저 높아지자 경매 법정에 나오는 매물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매물은 늘었지만 낙찰률은 20%대로 떨어졌다. 10건 중 2건만 새 주인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지난해 80~90% 수준에서 올해 60~70% 선으로 하락했다. 새 주인을 찾더라도 제 값을 못 받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A 지식산업센터는 지난달 11개 호실이 경매로 나왔다. 이 중 3개만 겨우 낙찰됐는데 낙찰가율은 50% 내외로 반값 수준에 팔렸다. 국가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는 임대가 불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한 기업이 폐업하며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풀이된다. 감정가가 1억 5000만 원이었던 화성시 동탄의 B 지식산업센터도 7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낙찰가율이 49%에 그쳤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기 침체에 창업이 줄고 폐업이 늘며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지자 경매 참여자들도 지식산업센터 입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공급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매물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1520곳으로 전년 동월(1429개)보다 6% 늘었다. 이 가운데 88곳은 현재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304곳은 미착공 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최소 392개가 더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색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그나마 지하철역하고 가까운 곳은 상황이 낫지만 역세권이 아닌 지식산업센터의 입주율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거래도 급감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량은 91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0%가량 늘었으나 아직 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요가 줄자 분양가 그대로 넘기거나 오히려 분양가보다 낮은 금액에 내놓은 ‘무피’ ‘마피’ 매물도 등장했다. 그나마 입주율이 높은 곳으로 꼽혔던 서울 성수동의 C 지식산업센터 전용면적 107㎡는 분양가보다 1억 원 낮은 18억 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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