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정전산망 장애로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올스톱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 전용 행정전산망인 ‘시도새올’이 17일 오전부터 사용자 인증 문제로 장애를 일으켜 민원 업무 차질 사례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에는 정부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마저 중단돼 온·오프라인 민원 창구가 모두 막혔다. 이에 따라 지자체 공무원들은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발급 시스템의 마비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디지털 기술 강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전국적인 전산망 사고가 일어났다니 어이가 없다.
천재지변 등의 국가 비상사태가 아닌데도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된 것은 중대한 사건이다. 국민 생활의 불편을 넘어 부동산 계약 차질과 금융 거래 중단 등 경제적 피해까지 속출했다. 행정안전부는 대전 소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배치된 서버 2대의 네트워크 장비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을 뿐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많은 국민이 접속하는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올 6월에는 2824억 원을 투입한 4세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인 나이스(NEIS)의 접속이 끊겨 일선 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과정에서도 시스템 오류로 많은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다.
역대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아 행정망 전산화를 추진해왔다. 해외에 관련 기술 및 시스템을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세계 1위의 전자정부’라는 주장이 무색해졌다. 행정망이나 전력망·통신망 등 국가 기간망의 작동 불능은 안보 분야에서도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특히 북한과 주변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완벽한 해킹 차단 시스템을 갖추는 등 이중 삼중의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산망의 서버 이중화나 백업 관리 등 데이터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신속한 복구 대응 체계를 마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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