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K팝 전성시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 때보다 전 세계에서 K팝의 위상은 높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K팝의 폭발적 성장이 끝났다는 ‘K팝 위기론’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K팝 업계를 대표하는 4대 기획사에 대한 전망에 있어서도 업계의 의견을 엇갈린다. 아직 성장 업사이드가 남아 있다는 측과 K팝은 충분히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피크 아웃 우려를 점검해야 한다는 측으로 갈려 첨예히 대립 중이다.
이런 때일수록 K팝 업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정리가 필요하다. 이번 ‘K엔터 通’에서는 3분기 빅4 엔터사들의 실적과 함께 향후 사업 전망, 증권가의 예측에 대해 알아본다.
하이브는 명실상부 K팝 업계의 선두주자다. 시가총액이 8조 5000억 원을 넘어선다. 대표적인 지식재산(IP)으로는 세계 최고의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있다. 플레디스·쏘스뮤직·어도어 등 다양한 산하 레이블을 통해 아티스트 라인업도 풍부히 보유 중이다. BTS의 뒤를 잇고 있는 그룹 세븐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가장 트렌디한 걸그룹인 뉴진스와 르세라핌이 모두 하이브 소속의 아티스트다.
하이브는 강력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무기로 이번 3분기에도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썼다. 3분기 매출은 5379억 원, 영업이익은 7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BTS 멤버들이 솔로 활동에서도 빛을 내고 있다. 뷔의 ‘레이오버’는 초동 210만 장을 돌파하며 국내 최초로 초동 200만 장을 넘긴 솔로 아티스트에 올랐다. 세븐틴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1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향후 성장을 위한 발판도 확실하다. 최근 CJ ENM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빌리프랩은 다국적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를 준비 중이다. 게펜 레코드와의 글로벌 걸그룹 프로젝트인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도 피날레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라틴 아메리카 레이블도 인수했다. 지분율은 92%에 이르고, 4분기 연결회사로 완전편입될 예정이다. 멕시코 소재의 법인 하이브 라틴아메리카도 설립해 라틴 음악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 중이다.
팬 플랫폼 위버스도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수익화를 앞두고 있다. 내년 중 유료 멤버십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자회사 하이브IM을 통해 게임 사업도 확대 중이고, 지분을 인수한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의 기술력 활용도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도 하이브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매수구간”이라며 “저연차 신인 이익 성장이 경쟁사 대비 클 것이며, 현재 위버스 프리미엄을 제외하더라도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현재 K팝 글로벌 흥행의 근본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류의 시작을 함께 한 SM엔터는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SM 3.0이라는 신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와의 이슈가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협력과 지분구조가 유지된다면 IT 경쟁력과 결합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SM엔터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SM엔터의 연결기준 매출은 2663억 원, 영업이익은 505억 원이다. NCT 드림·라이즈 등의 음반·음원 판매 증가와 공연 수입 등이 반영됐다.
신규 앨범 판매량은 871만 장으로 전년 동기의 415만 장을 크게 웃돌았다. NCT 드림이 432만 장을 팔아치웠다.
드림메이커는 영업이익 39억 원을, SMC는 1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M C&C는 영업이익 9억 원을 냈고 키이스트는 영업손실 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줄였다.
4분기에는 NCT 127의 정규 5집과 라이즈의 싱글 실적이 반영된다. 11월에는 웨이션브이의 정규 2집과 에스파 미니 4집, 레드벨벳 정규 3집이 예정됐고, 12월에는 동방신기 정규 9집이 발매된다. 내년 1분기에는 에스파의 글로벌 영어 정규 앨범이 나온다. NCT 드림과 함께 NCT의 새로운 팀도 출격한다. 영국 M&B와 손을 잡고 보이그룹 출격도 준비한다.
다만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고 앨범 판매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아시아 코어 및 라이트 팬덤 지표 상승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에스파·라이즈 중심의 서구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영어 음원 성적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BTS와 블랙핑크에게 살짝 묻힌 감은 있지만 그 뒤를 잇는 글로벌 아이돌은 바로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다. 또 스트레이 키즈 역시 훌륭한 자체 프로듀싱 능력을 기반으로 매니아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엔터 기업이 JYP엔터인 데에는 안정적인 라인업과 사업구조라는 이유가 있다.
JYP엔터는 3분기 1396억 원의 매출과 43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7%, 59% 늘어난 수치다.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가 글로벌 인기를 끌며 해외 누적 매출 비중은 58%로 늘었다.
매출 다각화도 실현 중이다. 있지와 엔믹스 등 4세대 아티스트의 인기가 꾸준히 성장 중으로, 매출 205억 원이 반영됐다. 일본에서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신보 발매 수자 23년 대비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의 공연 업체 라이브네이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공연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분기에는 중국의 5인조 보이그룹 프로젝트 C가 데뷔하고, 내년 1분기 비춰(VCHA)와 니지 프로젝트 2, 라우드 프로젝트 그룹들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인다.
고덕강일지구로의 사옥 이전을 위한 계약도 마쳤다. 투자자회사 JYP파트너스는 내년 1분기부터 펀드를 결성한 뒤 본격적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MD 자회사인 JYP360도 자체 제작 굿즈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6조 원의 잠재력을 가진 회사”라며 “내년 영업이익 2000억 원 시대를 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JYP엔터의 시가총액은 3조 5000억 원 수준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2NE1·블랙핑크를 배출한 엔터 명가다.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 라인업을 통해 엔터 업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해 왔다.
YG엔터는 3분기 매출 1440억 원과 영업이익 21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6%, 37% 증가한 수치다.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시현했지만 증권가에서는 불확실한 회사 상황에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YG엔터의 최대 IP 블랙핑크의 계약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난 8월 계약이 종료된 블랙핑크는 11월 말이 다 되어 가도록 재계약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블랙핑크를 제외한다면 YG엔터 소속 아티스트는 트레저 정도를 제와한다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걸그룹 베이비몬스터가 이번달 중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블랙핑크에 미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목표가를 하향하며 “내년 실적 전망치에 블랙핑크 활동량 감소를 반영했다”며 “현 시기 투자매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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