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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부채·부도 증가 세계 2위… 옥석 가리기로 ‘빚 굴레’ 벗어나야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 및 부도 증가 속도가 세계 주요국 중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비(非)금융 기업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6.1%로 세계 34개 나라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이는 2분기보다 5.2%포인트 급증한 것으로 증가 속도가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올해 1~10월 기업 부도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0%로 주요 17개국 중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3분기에 100.2%로 34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기업·가계 등 민간 부채가 세계 최악 수준인 셈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 있다. 과도한 부채는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된다. 빚이 많으면 기업은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고 가계는 소비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 시중 자금은 부실 기업에 묶여 지원이 긴요한 혁신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된다. 우리 경제가 2% 아래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에 갇혀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금리 시기의 과중한 빚은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달리 자칫 국가 신인도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

부채의 뇌관이 한꺼번에 터져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국은 선제적으로 촘촘히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 기업은 퇴출시키되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우량 기업은 적극 지원하는 등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 비중이 외부 감사 대상 기업의 15.5%에 이른다. 금융사들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최근 일몰된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을 조속히 재입법해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재무 위험 관리에 실패한 금융기관·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해 자구적 노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빚 상환을 돕되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도록 책임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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