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군벌들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마살리트족이 대규모로 피살되거나 납치돼 노예로 팔리는 등 '인종청소' 참사가 재연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무장대원들이 이달 초 사흘 동안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의 한 난민촌을 집마다 뒤져 마살리트족 남성 약 800∼1300명을 색출, 살해했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아랍계 중심의 RSF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의 정부군과 지난 4월 중순부터 유혈 충돌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1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정기적으로 무기를 지원받는 RSF는 대부분을 장악한 다르푸르 지역에서 마살리트족을 절멸시킬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미국 CNN 방송도 RSF가 다르푸르의 주도인 엘 주네이나에서 마살리트족을 상대로 다수의 납치와 인신매매, 성폭행 등을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에서 16세 소년 마흐디는 형제와 함께 RSF 무장대원에 의해 납치됐다. 그는 손발이 밧줄에 묶이고 눈가리개를 한 채 한 농장 일꾼으로 팔려 가 열흘 동안 지냈다. 그는 이후 자신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접 국가 차드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형제는 RSF에 의해 사살됐다고 CNN에 말했다.
RSF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지원을 받아 지난 6월 중순에 엘 주네이나를 점령한 이후 이들의 잔학 행위는 최악으로 치달은 것으로 전해졌다.
엘 주네이나의 한 학교에 숨어 있던 이 학교 교사 칼리드는 족쇄를 찬 10여명 이상의 여성이 RSF 무장대원들에게 채찍으로 맞아 비명을 지르며 끌려가는 것을 봤다고 CNN에 전했다.
그는 또 무장대원들이 여성들에게 총을 들이대 교실로 몰아넣는 것을 봤고 그 이후 고문과 성폭행 소리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수단 내 인권단체들은 RSF가 수단 수도 카르툼에서 여성 수십 명을 납치해 다르푸르의 RSF 거점들로 팔아 넘겼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전의 장기화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등 수단 경제가 기초부터 파탄이 나면서 물자 공급이 차질을 빚고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 2000만명이 충분한 식량이 없고 600만 명은 기아에 가까운 상태이며, 향후 몇 달 안에 지원이 없으면 수만 명이 기아 상태에 처할 위험성에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하지만 식량 수입항인 수단항을 통제하는 정부군이 RSF 통치 지역에 대한 구호단체 직원들의 통행과 식량 반입을 차단, 식량 지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수도인 카르툼을 RSF가 점차 장악해가는 가운데 이곳 병원·의료시설의 거의 4분의 3이 문을 닫았으며, RSF 장악 지역에서 운영되는 소수 병원은 정부군의 봉쇄로 식량과 의료물자가 고갈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아프리카연합(AU)은 과거 약 38만5000명∼6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내전 당시에 방관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움직임이 없이 회원국 사안에 대한 불간섭 정책으로 후퇴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수단 사태에 대해 비공식 협의만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수단이 강대국들의 방치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런 참상은 세계의 완전한 무관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재앙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구호기관들의 지원 자금 요청에 응하고 유엔 안보리는 수단 정부군과 RSF에 민간인 보호와 구호물자 반입 허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달 말 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에 앞서서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RSF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도록 UAE를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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