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현장에서 많은 중장년들을 만날 수 있다. 길어진 삶 때문에 다시 일자리를 찾아서 구직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청년들과 달리 그들은 삶의 경험을 통해서 많은 지혜로움을 축적했다. 동시에 연령과 직무전문성 부재, 경쟁률 과다 등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며 구직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그런 상황에 빠진 그들의 문제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구직스킬 교육이 여기저기서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간혹 교육 수강 이후에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수강생들의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구직에 필요한 각종 스킬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도 좋지만 하나하나의 ‘나무’보다는 전체 프로세스인 ‘숲’에 대한 개념을 먼저 가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이후에 세부적인 스킬을 교육하고, 이어서 실행을 촉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들은 손자병법을 한 번씩 읽어보거나, 접했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중장년들의 구직 손자병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손자병법은 말 그대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을 잘 제시하고 있다. 그 방법론을 전쟁이 아닌 구직일상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손자병법의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중장년들에게 친숙한 내용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다. 이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 구직의 기본개념으로 바꾸어보면 이해가 빠를 수 있고, 그에 따라 구직도 용이할 수 있다.
지피
‘상대를 안다’는 ‘지피(知彼)’는 희망직무과 기업에 대한 탐색단계다. 즉 목적지에 대한 이해단계다. 이를 위해서는 탐색을 통해 희망하는 위치, 즉 목적지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세부적으로 식별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재취업이나 전직을 원하는 중장년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중심에 놓고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희망직무나 기업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구직 중인 중장년 자신이 약자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요구되는 사항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탐색은 온라인을 통해서 실시할 수도 있으나 희망직무와 기업에 근무하는 현직 근로자나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자문을 받으면 좋다.
지기
‘자기를 안다’는 ‘지기(知己)’는 말 그대로 자신에 대한 이해단계다. 개인적인 상황과 지식, 기술, 태도 등 자신이 가진 유무형의 보유자산에 대한 이해다. 더불어 구직시장에서 많은 컨설턴트들이 사용하는 진단도구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와 성격, 선호도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희망직무나 기업에 자신이 부합하는지를 식별하기 위함이다. 오래전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좋은 한 마디를 남겼다. 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의 삶 전반에 적용된다. 이는 무언가를 도모할 때에는 반드시 자신에 대한 파악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백전
‘백번의 싸움’을 의미하는 ‘백전(百戰)’은 자기가 부족한 부분의 보완과 해소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거나 희망직무나 기업에 지원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는 부족한 부분의 보완을 위해 관련 교육을 받거나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지원기관이나 인적 네트워크의 탐색을 필요로 한다. 더불어 탐색이후 이어지는 지원과 면접, 협상까지도 포함한다.
백전을 위해서는 먼저 종이를 놓고, 차분하게 ‘지피’, ‘지기’를 적어보면서 ‘백전’을 어떻게 치룰 것인지를 구상하면 된다. 이때 ‘문제는 해결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자. 이 단계에서 유의해야할 사항은 한 두 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실패를 기반 삼아 천천히 나아가면 조만간 희망하는 위치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백전은 문제해결을 위한 실행이다.
불태
‘위태롭지 않다’를 의미하는 ‘불태(不殆)’는 완벽한 상태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다. 즉 앞의 세 가지 단계를 하나하나 잘 거쳐오면 원하는 위치에 일단 도착했기에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다. 입직한 이후에도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전함을 의미하지 않는 ‘불태’라는 용어의 사용이 적합하다. 다시 말해서 희망하는 위치에 도달해도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는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다시 위의 프로세스를 거쳐나가면서 하나하나를 다시 가늠해보아야만 한다. ‘문제해결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는 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자.
삶은 결심과 선택의 연속이라고 이야기한다. 중장년들의 구직도 그렇다. 구직에 앞서서 전체적인 개념을 잡고, 결심과 선택을 한 이후에 바로 실행에 옮겨보자. 어둡기만 하던 터널을 지나서 희망하던 미래의 빛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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